‘괴짜’ 같은 홀란의 일상…자기 관리는 ‘진짜’ 프로

팬티 차림으로 팬들과 찰칵·맨체스터 길거리 활보
EPL 한 시즌 최다골 기록 세운 스타…사생활은 ‘조용하고 다정한 이웃’
10대 시절부터 숙면의 이로움 깨닫고 휴대전화 보는 시간 제한 등 노력
챔스 4강 1차전, 볼터치 22회로 가장 적었지만 유효슈팅 2개 ‘강한 인상’

엘링 홀란(왼쪽 사진 가운데)이 속옷 차림으로 맨체스터 시티의 열혈팬인 밴드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오른쪽) 등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시내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있는 홀란. 홀란 인스타그램

일반인처럼 아주 편안하게 맨체스터 거리를 활보한다. 평범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가 라자냐를 즐겨 먹는다. 경기 후 팬티만 입은 채 팬들과 사진을 찍기도 한다. 평소 말수가 적어 “에고가 없다”는 말까지 듣는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골(35골)을 넣은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의 일상이다. 엄청난 슈퍼스타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고 조용한 20대 청년 홀란을 디애슬레틱이 지난 8일 전했다.

홀란은 홈경기 전에 맨체스터 시내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라자냐를 즐겨 먹는다. 지난해 9월 팬이 찍은 영상을 보면 홀란은 편안하게 거리를 걸어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얼굴을 가리거나 노출을 피하는 동작은 전혀 없다. 홀란은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을 보는 모습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기도 했다. 홀란은 라자냐를 특히 좋아한다. 홀란은 올해 초 “아버지가 만들어준 라자냐를 먹고 다음날 해트트릭을 했다”며 “나는 평생 홈경기 전날 (루틴처럼) 라자냐를 먹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디애슬레틱은 “홀란은 비슷한 또래 선수들처럼 시내에서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맨체스터 생활을 시작할 무렵, 홀란이 슈퍼마켓에서 지인들과 물건을 사는 모습도 포착됐다. 디애슬레틱은 “홀란은 독일 도르트문트 시절 평범한 일상을 맨체스터에서도 그대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사생활이 공개된 것은 이 정도다.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공개된 적은 없다. 심지어 파파라치들조차 그가 타고 다니는 파란색 롤스로이스를 본 적 없다.

홀란은 지인들을 무척 잘 대한다. 팀동료, 지인들이 원하면 사인한 유니폼을, 그것도 여러 벌 기꺼이 선물한다. 홀란은 지난달 말 아스널전에서 승리한 뒤 음악가 노엘 갤러거 등과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그것도 팬티만 입은 채 말이다. 후원 행사에서도 예의가 바르고 자주 웃는 등 우정어린 행동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최고 공격수지만 동료 공격수를 배려하는 마음도 강하다. 지난주 홀란은 리즈 유나이티드전에서 페널티킥을 찰 기회를 동료 귄도안에게 양보해 화제가 됐다. 2골을 넣은 귄도안에게 해트트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가 지정한 페널티키커는 홀란이다. 귄도안은 실축했고 맨시티는 2-0으로 앞서다 2-1로 가까스로 이겼다. 맨시티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은 공개적으로 홀란을 나무라기도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홀란을 처음 보고 놀란 것은 다른 공격수들과 달리 자기 득점에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동료가 골을 넣을 때 홀란이 함께 좋아하는 모습은 너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홀란은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그는 이번 시즌 며칠간 휴가를 받았을 때 자기 별장에서 구단의 철저한 관리 속에 휴식과 치료를 병행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리는 그를 24시간 돌본다. 훌륭한 의사와 물리치료사가 하루 종일 그의 뒤에 있다”고 말했다. 홀란은 수면을 무척 중시한다. 디애슬레틱은 “10대 시절부터 좋은 수면의 이로움을 잘 알고 있다”며 “홀란은 잠들기 전에 휴대전화를 보는 시간을 제한하고 잠을 잘 자기 위해서 주황색 고글도 착용한다”고 전했다. 홀란은 현재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끊임없는 구애를 받고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경기에 무조건 뛰어야 하는 레알 마드리드보다는 자신에게 휴식이 필요할 경우 결장까지 배려하는 맨시티에 만족하고 있다.

홀란은 10일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원정경기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볼터치 기회가 양팀에서 가장 적은 22회였지만 가장 많은 3번의 슈팅을 날려 2개를 유효슛으로 기록할 만큼 변함없는 공격 본능을 보였다. 비니시우스(레알 마드리드)와 케빈 더브라위너의 골로 1-1로 비긴 두 팀은 18일 맨체스터에서 4강 2차전을 벌인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