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돈 때문에?…소아중환자 사망 美·日보다 2배 많은 이유
8일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환자실에서 사망하는 소아청소년은 연평균 500명에 달한다. 사망률로 환산하면 5%다. 이는 미국(2.4%)과 핀란드(1.3%), 일본(2.6%), 호주(2.6%), 뉴질랜드(2.6%) 등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국내 중증 소아들의 사망률이 높은 원인으로는 상급종합병원 내 소아중환자실과 전담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국내에서 소아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13곳으로 전체 중환자 중 45%만 수용 가능한 상태다. 나머지 중증 소아들은 성인중환자실이나 일반 병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미국, 일본, 핀란드, 호주 등이 소아중환자의 90% 이상을 전용 병실에서 진료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조중범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중증 소아가 소아중환자실에서 치료받지 못할 경우 사망할 확률은 60%에 달한다”며 “소아에 대해 잘 아는 의료진이 소아환자를 돌보는 식의 상식적인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연평균 사망자 수는 200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소아중환자실이 부족한 데에는 비용 문제가 결부돼있다. 소아중환자는 나이대가 만 1개월부터 만 18세까지로 매우 다양하다. 몸무게도 2kg부터 160kg까지 범위가 넓어 의료장비를 하나 들이더라도 여러 종류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생아와 성인보다 소아중환자실 구축에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김경원 세브란스병원 소아호흡기알레르기과 교수는 “소아중환자실이 항상 꽉 차있어 환자가 추가로 올 경우 같은 병원 내 성인중환자실에 부탁하는데 그곳 역시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받아주지 않는다”며 “이제 소아중환자는 막다른 길에 놓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소아중환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과 의료질평가 항목 등에 병실 수, 인력 배치 등을 반영해 강제하자는 것이 대표적이다. 조 교수는 “성인중환자실과 신생아중환자실, 분만실 등을 갖춰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있는데 소아중환자실과 그 전문인력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며 “규제와 유인책이 있어야 병원들이 중증 소아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종 서울아산병원 소아중환자과 교수는 “현재 신생아중환자실은 설비가 충분한 상태인데도 정부가 필수의료와 관련해 신생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신생아와 소아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환자의 잘못된 개념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교수는 “현재 삼성서울병원 소아중환자실에는 전문질환자가 한명도 없고 대부분 중환자”라며 “하지만 정부 지원금 산정 기준에 들어있는 ‘중증환자’는 중환자가 아닌 전문질환자를 가리키고 있는 관계로 중환자에 대해서는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환자란 지금 당장 생사를 오가는 상태를 말한다. 건강한 사람도 갑작스런 사고로 하루 아침에 중환자가 될 수 있다. 그에 반해 암, 희귀난치병 등을 의미하는 전문질환은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지 않은 이상 대부분 외래에서 진료받는다.
현재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인 어린이공공센터 적자보상제도도 한시적 운영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본 사업으로 정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여향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방에는 소아집중치료실이 도별로 1개씩 겨우 있을까 말까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적자보상제도 앞에 ‘시범’이란 단어가 붙어있는 한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각 병원 경영진은 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에 섣불리 나서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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