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이나 걸린 김재원·태영호 징계···‘최고위원 리스크’ 탈출 계기 마련

조미덥·조문희 기자 2023. 5. 1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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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태영호 최고위원(왼쪽)과 김재원 최고위원.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은 10일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게 각각 당원권 정지 1년·3개월의 중징계를 내려 그간 당을 짓눌러 온 ‘최고위원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인식을 주고 특정 지역(광주·제주)에 악재가 된 발언들과 거리를 두게 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 후 징계까지 2개월이나 걸렸다는 점에서 너무 늦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향후 김 최고위원이 징계를 수용할 지,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어떻게 치러지냐에 따라 당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직후부터 두 사람의 설화에 시달렸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3월 12일 사랑제일교회를 찾아 전광훈 목사에게 ‘5·18 헌법 전문 수록 반대’ 발언을 한 데 이어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 천하 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발언으로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수석최고위원인데도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지금까지 16번의 최고위 회의 중 6번만 참석했다. 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도중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 지시’ 발언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을 사이비 종교단체 JMS에 빗대 ‘Junk Money Sex 민주당’이라고 해 문제가 됐고, 최근 본인의 음성이 언론에 공개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공천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징계대로라면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받아 내년 총선에 나설 수 없다. 당내에선 대구·경북(TK)에서 출마를 준비해 온 김 최고위원이 징계취소 가처분 소송으로 ‘뒤집기’를 시도하고 안되면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고위원 사퇴 여부에 따라 두 사람의 당원권 정지 기간 차이가 크다는 논란도 있을 수 있다.

태 최고위원은 대통령실 공천개입 의혹을 불러와 당내 친윤석열계에서 ‘손절’하는 분위기였지만 이날 최고위원에서 자진사퇴한 점이 감안돼 징계 수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징계가 공천 심사에서 감점 요인이 되겠지만 징계 기간을 마치고 공천에 도전할 불씨도 남겼다.

두 사람 징계로 국민의힘 최고위는 구멍이 생겼다. 국민의힘은 김 최고위원 자리를 ‘사고’로 비워두고, 당헌에 따라 30일 내에 당 전국위원회를 열어 자진사퇴한 태 최고위원을 대신할 새 최고위원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사퇴하지 않아 자리가 유지되지만, 당원 활동이 정지됐기에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 별도의 결단이 없다면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 자리 하나가 공석인 채 중요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

일각에선 보궐선거를 안하고 태 최고위원 자리를 비워두자는 의견도 낸다. 내년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 또다시 당내 선거에 관심이 쏠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범생 스타일의 김 대표가 당헌을 따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새로 뽑힌 최고위원이 안정감·무게감 있는 현역 의원이거나 내년 총선을 이끌만한 리더, 연포탕(연대·포용·탕평)에 부합한 인사라면 김 대표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전국위는 당 지도부와 상임고문,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도당위원장 등이 주요 멤버여서 지도부 의중이 당선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지도부가 물밑에서 교통정리를 해 유력 후보를 정한 후 전국위에서 가부를 묻는 방식으로 갈 수도 있다. 후보로는 지도부의 영남 쏠림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유일한 호남 현역인 재선 이용호 의원과 지난 전당대회에서 간발의 차로 최고위원에 낙선한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 등이 거론된다. 비윤계로 전당대회에 나섰던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새 최고위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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