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선발→4이닝 역투→SSG 승리...‘오타니 잡은 남자’의 부활 [SS시선집중]

김동영 2023. 5. 1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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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이건욱(28)이 절체절명의 순간 팀을 구하는 역투를 뽐냈다.

이건욱은 1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KIA와 주중 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이건욱은 "내 승리보다는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이닝을 길게 끌고 가면서 너무 빠르지 않은 시점에 다음 투수한테 넘겨주는게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그 역할을 해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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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이건욱.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기자] SSG 이건욱(28)이 절체절명의 순간 팀을 구하는 역투를 뽐냈다. 임시 선발로 나갔는데, 상대 에이스보다 잘 던졌다. 덕분에 팀도 이겼다. 승리투수가 된 것은 아니지만, 이건욱이 없었다면 SSG의 승리도 없다.

이건욱은 1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KIA와 주중 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피칭은 아니다. 그러나 호투라 불러도 부족함은 없다. 위기의 팀을 구한 투구였다. 3실점은 했지만, 이건욱이 버텼기에 SSG가 이길 수 있었다.

경기 후 이건욱은 “내 승리보다는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이닝을 길게 끌고 가면서 너무 빠르지 않은 시점에 다음 투수한테 넘겨주는게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그 역할을 해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3구 안에 승부한다는 마음으로, 공격적으로 던졌다. 불펜 투수로 시즌을 시작해서 갑작스럽게 선발로 던지게 되니 긴장됐지만, 아무 생각없이 감독님께서 말씀하신대로 포수만 보고 던지고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원래 이날 커크 맥카티가 나설 차례였다. 그러나 맥카티가 왼손 중지 끝에 염증이 생겼다. 지난 7일 증상이 있었고, 8일 손톱 사이에 있던 고름을 뽑아내기도 했다. 한 번 쉬어가야 했다.

이 자리에 들어갈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다른 투수들을 하루씩 당겨서 쓰는 것도 고민을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특히 박종훈이 6일 키움전에서 100구 이상 던졌기에 더욱 그랬다.

김원형 감독의 결정은 임시 선발이었고, 이건욱을 냈다. 올시즌 첫 등판이다. “기회가 왔는데, 잘 던져줬으면 좋겠다. 4이닝만 던져주면 좋을 것 같다. 웬만하면 내리지 않겠다”고 했다.

SSG 이건욱. 사진제공 | SSG 랜더스


그리고 자기 몫을 해냈다. 감독의 바람대로 4이닝을 먹었다. 최고 시속 144㎞, 평균 시속 141㎞의 속구를 뿌렸다. 65구 가운데 51개가 포심이었다. 거침 없이 들어간 셈이다. 슬라이더 7개와 체인지업 7개를 양념으로 더했다.

실점이 3점이 있으나 타선이 4점을 지원했다. ‘기대 이상’이라는 표현을 써도 부족함이 없다. 김원형 감독도 한시름 덜 수 있게 됐다.

이건욱은 2014년 1차 지명자다. 큰 기대를 모았지만, 생각보다 성장이 더딘 감이 있다. 부상에 시달리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2020시즌에는 27경기 122이닝, 6승 12패, 평균자책점 5.68을 만든 바 있다. 이건욱의 유일한 풀타임 시즌이다. 2021년 5경기 등판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딱 1경기 나갔다.

2012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5~6위 결정전 일본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바 있다. 당시 일본 선발이 오타니 쇼헤이다. 7이닝 2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10년 이상 흐른 지금도 이건욱을 두고 ‘오타니를 잡은 남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물론 현 시점에서 둘의 격차는 헤아릴 수 없는 수준이다. 이건욱 스스로도 민망함을 보인다. 비꼬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도 이날은 좋았다. 9일 팀이 완패를 당했기에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이건욱이 무너졌다면 꼼짝 없이 2연패를 당할 뻔했다. 흔들리기는 했으나 무너지지는 않았다. 버티고 또 버텼고, 4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

이건욱은 “1회 조금 더 힘을 빼고 던졌으면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아쉽다"며 "어떤 보직이든 상관없이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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