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NBA 수비수들은 호리호리한 커리를 막느라 골병이 들까
“한 경기 막고 난 뒤 링거를 맞아야 하나 고민했다.” (데니스 슈뢰더 LA레이커스 가드)
“경기 내내 그를 막는 건 나한테 죽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디에런 폭스 새크라멘토 킹스 가드)
올 시즌 미 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에서 선수들이 유독 막기 버거워하는 선수가 있다. 잠깐 막아도 녹초가 될 정도로 힘들다는 이유다. 르브론 제임스(39·LA 레이커스), 니콜라 요키치(28·덴버 너기츠) 같은 덩치 큰 선수가 아니다. NBA 선수치고는 작은 키인 188㎝에 호리호리한 편인 스테픈 커리(35·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그 장본인이다.
커리는 화려한 드리블과 정확한 3점슛으로 리그를 지배한다. 그는 리그에서 3점슛 관련한 중요한 기록은 다 갖고 있다. 정규리그 최다 3점슛 기록(3390개), 최다 3점슛 시도(7929개)에 1경기 10개 이상 3점슛을 넣은 게 22번이나 된다.
그보다 더 상대를 진 빠지게 하는 커리의 강점은 체력이다. 커리는 공격 순간 거의 잠시도 멈추지 않고 코트를 가로지른다. 수비수는 그를 따라잡느라 정신이 없다. 한 번은 3점 라인을 따라 2~3바퀴를 전력 질주하면서 상대 수비수 혼을 빼놓고, 또 한 번은 동료 선수들 스크린(상대 수비수의 동선을 가로막는 것)을 이용해 요리조리 다니다가 패스를 받고 바로 3점슛을 쏜다. 마치 화려한 3점슛을 위해 부지런히 물장구를 치는 백조 같다. 커리를 놓치는 순간, 여지없이 3점슛이 림을 가를 수 있어 수비수들은 고역이다. 이번 서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커리를 막은 LA레이커스 재러드 밴더빌트(24)는 “한번은 경기를 마치고 르브론에게 ‘커리가 마라톤 선수냐’고 물어봤다”고 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커리가 올 시즌 플레이오프 11경기에서 움직인 거리는 33.4㎞. 전체 1위다. 한 경기 평균 이동 거리는 4.5㎞로 5위. 1위는 평균 4.8㎞를 움직인 카와이 레너드(32·LA클리퍼스)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은 공을 갖고 직선으로 한번 내달린 뒤 쉬지만 커리는 지그재그로 내내 뛰면서 멈추지 않는다. NBA 전체 선수 평균 이동 거리는 약 3.2㎞다.
커리는 상대뿐 아니라 같은 팀 선수들에게도 ‘기피 대상’이다. 팀 훈련 때 커리를 막는 역할을 하는 게리 페이턴 2세(31)는 “커리는 훈련 때도 축구 선수만큼이나 많은 거리를 뛰어다닌다”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체력”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대학 시절에서 프로 데뷔까지 가냘프고 호리호리한 커리가 장대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고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던 비결은 마라톤 체력과 3점슛에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플레이오프 2라운드(7전4선승제)는 고전 중이다. 커리의 워리어스는 레이커스에 1승3패로 밀리고 있다. 11일 6차전을 치른다. 남은 경기를 다 이겨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10일 열린 다른 플레이오프 경기에선 덴버 너기츠가 피닉스 선스를 118대102로 꺾고 3승2패로 앞서갔다. 동부 콘퍼런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도 115대103으로 보스턴 셀틱스를 이기면서 3승2패 우위를 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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