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바이트’에 몸살 앓는 일본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강·절도 저지르는 사례 늘어
일본 사회가 ‘다크바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크바이트는 ‘어둠의 아르바이트’란 뜻으로, 불법 아르바이트를 일컫는다. 돈이 궁한 청소년과 청년들이 인터넷에 올라온 아르바이트 모집글을 보고 모여 강·절도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10일 요미우리신문 등은 도쿄 긴자에서 벌어진 ‘하얀 가면 강도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도쿄 경시청이 전날 미나토구의 아파트에서 고등학생을 포함한 용의자 4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10대 4인조는 지난 8일 긴자의 명품시계점에서 하얀 가면을 쓰고 강도 행각을 벌인 뒤 렌터카를 타고 미나토구 아카사카의 아파트에 무단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관들은 “4명 모두 서로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처음 만난 사이”라며 “다크바이트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후 6시15분쯤 긴자에 있는 명품시계점 ‘쿼크 긴자888 롤렉스’ 점포에서 하얀색 가면을 쓴 남성 3명이 점원을 흉기로 협박한 뒤 롤렉스 시계 등 명품시계와 귀금속 100여점을 챙긴 뒤 인근에 주차된 렌터카를 타고 달아났다.
최근 도쿄 일대에서는 이와 유사한 강도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온라인 모집에 응해 모르는 사람들끼리 벌인 강·절도 사건은 2021년 여름 이후 50여건 발생했다. 현재까지 60명이 체포됐는데, 용의자 가운데 10~20대가 눈에 띄게 많다.
지난 3월4일부터 지난 7일까지 도쿄에서만 귀금속 가게 4곳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했으며, 체포된 용의자들 모두 10대 후반~20대 초반이었다. 지난해 12월 도쿄 시부야구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을 비롯해 최소 6개 현에서 강·절도 사건을 벌인 3인조도 모두 19세였다. 이들은 체포 직후 “서로 모르는 사이이며, 인스타그램 아르바이트 모집글을 보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도쿄 경시청은 돈이 궁한 청소년과 청년들을 모집해 강·절도 행각을 시키는 배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곤궁한 청년들이 범죄에서도 일회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년원 법무교관을 맡은 쓰토미 히로시 시즈오카대 교수는 “체포당할 위험을 알고 있어도 배후조종자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곤궁한 젊은층이 많고, 이들은 SNS에서 일을 구하는 것에 대한 저항심리도 약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젊은층의 생활을 지지하는 구조를 만들어 범죄 조직에 일회용으로 사용되는 사람을 줄여야만 한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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