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 칸 전 총리 체포…파키스탄 곳곳서 유혈사태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가 부패 혐의로 9일 체포된 뒤 파키스탄 곳곳에서 유혈 사태가 빚어지면서 전국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 지난해 대홍수가 덮친 데 이어 정국마저 큰 혼돈에 직면한 총체적 난국 상황이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칸 전 총리가 이날 부패 혐의로 전격 체포된 뒤 주요 도시에서 시위대와 군대가 충돌하면서 최소 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파키스탄 정부가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과 같은 SNS와 인터넷 서비스 등 통신망을 차단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10일 파키스탄 정부가 펀자브 지방에 대한 군부대 투입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한때 국민 영웅으로 불리던 칸 전 총리가 현재는 파키스탄을 분열시킨 장본인이 됐다”고 전했다. 칸 전 총리는 2018년 ‘부패 척결’을 내걸고 정권을 잡았지만 그의 정치적 입지는 탄탄하지 않았다. 가디언은 정치적 입지가 약했던 칸 전 총리가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군부의 지지 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부와 틀어지면서 균열이 생겼고, 결국 경제 파탄과 부패 문제로 지난해 4월 의회에서 불신임당했다. 그는 현재 외국 관리에게서 받은 고가 선물 은닉, 부당 이익 취득 등 다수의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관련 혐의를 인정하며 그에게서 공직에 나설 권리를 향후 5년간 박탈했다.
칸 전 총리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지지자들을 이끌고 시위를 벌여왔다. 칸 전 총리가 체포되자 측근들은 “칸은 고문당했고 체포됐다” “칸은 납치당했다” 등의 주장을 펼치며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
파키스탄은 이미 경제난과 대홍수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특히 지난해 대홍수를 겪으면서 경제는 더욱 추락했다. 물가는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연속 20% 넘게 올랐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하지만 칸 전 총리가 이번에 체포되며 파키스탄 정국은 더욱 불안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키스탄은 오는 10월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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