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최고령 리어왕’ 배우로 기네스북 등재 도전…연극 ‘리어왕’ 출연은 다음달 공연이 마지막
최고령 현역 배우 이순재(88)가 연극 ‘리어왕’ 마지막 무대에 서며 셰익스피어 공연의 기네스북 등재에 도전한다.
윤완석 관악극회 대표는 10일 서울 마포구 SNU장학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순재 배우는 한국 연극 사상 최고령 현역 배우다.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표는 “셰익스피어 연극의 기네스 기록 중 ‘리어왕’은 23세의 영국 배우가 최연소로 올라와 있고, 최고령 배우는 80세 정도다. 이안 맥켈런이 80세였고, 앤서니 홉킨스도 비슷한 나이”라며 “이순재 배우는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 사상 최고령이자 가장 원숙한 배우”라고 말했다. 이에 이순재는 “(기네스북 등재가)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내가 (연기)하고 있지만, 완벽하고,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술감독도 겸하고 있는 그는 “2년 전에 원전 버전 그대로 ‘리어왕’을 올렸다. 당시 걱정이 많았지만 관객들이 많이 찾아와주고 성원해줬다”며 “지난 공연에서 놓치거나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해보자고 해서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셰익스피어는 연출가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하고 싶어 하고,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품”이라며 “젊었을 때는 ‘햄릿’, 중년에는 ‘오셀로’와 ‘맥베스’, 노년에는 ‘리어왕’이 있다. 내 나이가 (‘리어왕’에) 적절해 만용을 부려봤다”고 덧붙였다.
이순재는 초연 때와 비교해 이번에는 작품 속에 담긴 셰익스피어의 백성에 대한 연민을 부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을 잃은 리어왕이 “내 그대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다. 부자들아, 가난한 자들의 삶을 몸소 겪어 봐라. 넘쳐나는 것들을 그들과 나누고, 하늘의 정의를 실천하자”고 말하는 대사를 읊었다. 그는 “(작품이 쓰인) 당시에는 귀족과 서민 사회가 하늘과 땅 차이로 격차가 컸고, 서민들이 죽어 나가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며 “셰익스피어는 중간 계층으로 있으면서 고통받는 백성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었다. ‘리어왕’뿐 아니라 ‘한여름 밤의 꿈’에서도 리더의 ‘여민동락(與民同樂·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한다)’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연 시간이 200분에 달해 배우로서는 엄청난 대사량과 체력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순재는 “제 나이로 봤을 때 거의 마지막(‘리어왕’ 공연입니다)”이라며 “연습해보니 이제 힘들다. 체력이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대사 외우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로 끝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앞으로 후배 배우들이 더 멋있는 ‘리어왕’을 표현해낼 거라 크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연출을 맡은 김시번 연출가는 무대와 대사 등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리어가 브리튼을 다스리는 시대는 기원전 8세기여서 의상이나 소도구 등을 고대 분위기로 구현했어요. 이번 ‘리어왕’의 큰 특징이죠. 또 대사가 중심이 되는 극인 만큼 쉽게 잘 들릴 수 있도록 어휘를 다듬고 손질했습니다. 전투 장면도 여러 번 등장하는데 스펙터클하게 준비하고 있죠.”
소유진, 이연희 등이 출연했던 지난 공연과 비교해 젊은 배우들은 상당수 바뀌었다. 당시 첫째 딸 고너릴 역을 맡았던 지주연은 셋째 딸 코딜리아 역으로 배역이 바뀌었고, 권민중이 고너릴 역으로 새로 나선다. 글로스터 백작 역은 최종률, 충신 켄트 백작 역은 박용수 등이 그대로 연기한다. 지난 공연 땐 코딜리아와 광대 역을 1인2역으로 이연희가 연기했지만, 이번엔 분리했고 광대 역을 길지혁이 맡았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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