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최고령 리어왕’ 배우로 기네스북 등재 도전…연극 ‘리어왕’ 출연은 다음달 공연이 마지막

이강은 2023. 5. 10. 21: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고령 현역 배우 이순재(88)가 연극 ‘리어왕’ 마지막 무대에 서며 셰익스피어 공연의 기네스북 등재에 도전한다.

윤완석 관악극회 대표는 10일 서울 마포구 SNU장학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순재 배우는 한국 연극 사상 최고령 현역 배우다.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표는 “셰익스피어 연극의 기네스 기록 중 ‘리어왕’은 23세의 영국 배우가 최연소로 올라와 있고, 최고령 배우는 80세 정도다. 이안 맥켈런이 80세였고, 앤서니 홉킨스도 비슷한 나이”라며 “이순재 배우는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 사상 최고령이자 가장 원숙한 배우”라고 말했다.  이에 이순재는 “(기네스북 등재가)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내가 (연기)하고 있지만, 완벽하고,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순재가 10일 서울 마포구 SNU 장학빌딩 베리타스홀에서 열린 연극 ‘리어왕’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이순재가 셰익스피어 4대 비극(‘햄릿’·‘오셀로’·‘맥베스’·‘리어왕’) 중 수작으로 꼽히는 ‘리어왕’을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다. 다음달 1∼18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이순재는 이번에도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었지만 간교한 아첨에 넘어가 미치광이 노인으로 전락하는 리어 역을 맡아 열연한다.

예술감독도 겸하고 있는 그는 “2년 전에 원전 버전 그대로 ‘리어왕’을 올렸다. 당시 걱정이 많았지만 관객들이 많이 찾아와주고 성원해줬다”며 “지난 공연에서 놓치거나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해보자고 해서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셰익스피어는 연출가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하고 싶어 하고,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품”이라며 “젊었을 때는 ‘햄릿’, 중년에는 ‘오셀로’와 ‘맥베스’, 노년에는 ‘리어왕’이 있다. 내 나이가 (‘리어왕’에) 적절해 만용을 부려봤다”고 덧붙였다.

이순재는 초연 때와 비교해 이번에는 작품 속에 담긴 셰익스피어의 백성에 대한 연민을 부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을 잃은 리어왕이 “내 그대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다. 부자들아, 가난한 자들의 삶을 몸소 겪어 봐라. 넘쳐나는 것들을 그들과 나누고, 하늘의 정의를 실천하자”고 말하는 대사를 읊었다. 그는 “(작품이 쓰인) 당시에는 귀족과 서민 사회가 하늘과 땅 차이로 격차가 컸고, 서민들이 죽어 나가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며 “셰익스피어는 중간 계층으로 있으면서 고통받는 백성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었다. ‘리어왕’뿐 아니라 ‘한여름 밤의 꿈’에서도 리더의 ‘여민동락(與民同樂·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한다)’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연극 ‘리어왕’을 연습 중인 이순재. 뉴시스
‘리어왕’은 워낙 내용이 방대해 보통 축약되거나 현대적인 해석으로 각색된 버전이 무대에 오르지만, 이순재는 원작을 충실하게 따른다. “셰익스피어 작품 안에는 독백, 방백 등이 섞여 있고 (작품만의) 리듬이 있습니다. 대사는 문학적이고 철학적이며 비유법, 상징법, 풍자 등 모든 것이 들어 있어요. 이걸 잘라내고 스토리 중심이 되면 이야기의 전달일 뿐 셰익스피어 작품의 문학적 진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죠.”

다만 공연 시간이 200분에 달해 배우로서는 엄청난 대사량과 체력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순재는 “제 나이로 봤을 때 거의 마지막(‘리어왕’ 공연입니다)”이라며 “연습해보니 이제 힘들다. 체력이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대사 외우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로 끝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앞으로 후배 배우들이 더 멋있는 ‘리어왕’을 표현해낼 거라 크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10일 연극 ‘리어왕’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이순재(가운데) 등 출연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이순재는 이날 시연에서도 극을 이끌다 후배 배우들이 시연하는 동안에는 눈을 감은 채 다음 대사를 되뇌거나 대본을 뒤적이기도 했다.

이번 공연 연출을 맡은 김시번 연출가는 무대와 대사 등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리어가 브리튼을 다스리는 시대는 기원전 8세기여서 의상이나 소도구 등을 고대 분위기로 구현했어요. 이번 ‘리어왕’의 큰 특징이죠. 또 대사가 중심이 되는 극인 만큼 쉽게 잘 들릴 수 있도록 어휘를 다듬고 손질했습니다. 전투 장면도 여러 번 등장하는데 스펙터클하게 준비하고 있죠.”

소유진, 이연희 등이 출연했던 지난 공연과 비교해 젊은 배우들은 상당수 바뀌었다. 당시 첫째 딸 고너릴 역을 맡았던 지주연은 셋째 딸 코딜리아 역으로 배역이 바뀌었고, 권민중이 고너릴 역으로 새로 나선다. 글로스터 백작 역은 최종률, 충신 켄트 백작 역은 박용수 등이 그대로 연기한다. 지난 공연 땐 코딜리아와 광대 역을 1인2역으로 이연희가 연기했지만, 이번엔 분리했고 광대 역을 길지혁이 맡았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