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출신 변호사, 교통사고 내고 도주
음주 사실 은폐 목적일 가능성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잠적했던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최모 변호사(45)가 사고를 낸 지 하루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은 최씨가 음주 사실을 숨기려고 잠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최 변호사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최 변호사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최 변호사는 지난 9일 오전 11시쯤 강남구 도산대로에서 접촉사고를 내고 차량을 그대로 둔 채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신고자는 ‘차선 변경을 하던 중 (최씨의) 차량이 끼어들어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상대 운전자는 다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최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 차적 조회 등을 종합해 사고 차주의 가족인 최 변호사가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파악됐으나 최 변호사가 연락을 받지 않아 소재 확인에 시간이 걸렸다. 최 변호사는 2012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약 4개월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일한 최 변호사는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패널 등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전날 사고 직전에도 한 종합편성채널의 시사 프로그램에 나갔다. 최 변호사와 함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관계자는 “(최 변호사가) 평소와 달리 말이 좀 꼬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사안에 대한 공부가 부족해서 그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혜명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e메일을 통해 “(최 변호사가) 차량을 정차한 채 상대방에게 다친 데 없는지 묻고, 상대방 차량에 긁힌 흔적을 물어 확인했다”면서 “생방송 첫 출연을 앞두고 있어 빠른 처리를 한 뒤 방송국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또 “전혀 술을 마신 바 없다”면서 “예정돼 있는 방송에는 시간이 늦어 출연하지 못했다”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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