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 ERA 4.22 투수가 외인 1선발 꺾었다... '뎁스의 힘' SSG 1위 질주 [광주 현장]

광주=김동윤 기자 2023. 5. 1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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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광주=김동윤 기자]
김강민.
SSG 랜더스가 어떻게 지난해 정규시즌 단 한 경기도 1위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어 올 시즌 1위를 질주하는 팀인지 알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외국인 투·타 에이스를 부상으로 잃고 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상대 외국인 1선발을 꺾으며 뎁스의 힘을 보여줬다.

SSG는 10일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KIA 타이거즈에 5-3으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SSG는 21승 11패 리그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반면 KIA는 14승 13패를 기록했다.

KIA와 3연전을 앞두고 악재가 겹친 SSG였다. 등판 예정이었던 외국인 1선발 커크 맥카티가 왼손 중지 끝에 염증이 생겨 이번 주 선발 출전이 무산됐다. 여기에 타율 0.373으로 SSG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는 4번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숙소에서 가방을 들고나오다 손목 안쪽을 다쳐 이틀 연속 결장했다.

그래서 내세운 것이 우완 이건욱(28)이었다. 신도초-동산중-동산고를 졸업하고 2014년 1차 지명으로 SK(현 SSG)에 입단한 이건욱은 프로 통산 36경기 평균자책점 6.64를 기록했다. 올 시즌은 퓨처스리그에서만 10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점 4.22를 마크했을 뿐 이번이 첫 1군 등판이었다. 퓨처스리그에서조차 가장 긴 이닝을 던진 것이 1⅔이닝인 이건욱에게 김원형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아직 수요일이고 불펜이 없어 (이)건욱이가 던질 때까지 던져야 한다.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아니면 길게 가져갈 것이다. 4회까지만 버텨주면 불펜이 순서대로 나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 기대를 100% 충족했다. 이건욱은 4이닝 5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3실점으로 무려 상대 선발 숀 앤더슨보다 더 오래 마운드를 지켰다. 올 시즌 6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2.58로 KIA의 1선발로 활약 중이던 앤더슨은 이날 제구난조로 3⅓이닝 2피안타 4사사구 4실점(3자책)으로 무너졌다.

전날(9일) 양현종에게 8이닝 동안 한 점도 못 뽑던 SSG 타선도 적은 안타(5개)에도 상대의 실책을 최대한 활용하며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뽑았다.

5월 10일 SSG-KIA 라인업
SSG 이건욱(왼쪽)과 백승건. /사진=SSG 랜더스
SSG : 추신수(우익수)-최준우(지명타자)-최주환(2루수)-최정(3루수)-한유섬(좌익수)-박성한(유격수)-최항(1루수)-오태곤(중견수)-김민식(포수). 선발 투수는 이건욱.

KIA : 류지혁(3루수)-고종욱(좌익수)-김선빈(2루수)-최형우(지명타자)-소크라테스 브리토(중견수)-변우혁(1루수)-이우성(우익수)-한승택(포수)-박찬호(유격수). 선발은 앤더슨.

'제구 난조' KIA 앤더슨 - '꾸역꾸역' SSG 이건욱
숀 앤더슨(가운데)./사진=KIA 타이거즈

시작은 앤더슨이 좋았다. 1회 최주환, 2회 한유섬을 각각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면서 2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반면 이건욱은 류지혁과 최형우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적극적으로 달려든 고종욱을 8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 김선빈을 유격수 땅볼, 소크라테스를 중견수 뜬 공 처리하며 1회를 22개로 어렵사리 막았다.

행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변우혁과 이우성에게 연속 안타로 치고 나갔다. 한승택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가 됐고 박찬호가 중견수 쪽 타구를 만들었다. 이때 SSG 중견수 오태곤의 수비가 아쉬웠다. 공을 뒤로 흘리면서 1타점 적시타로 끝날 수 있는 것을 추가점을 더 내줬다. SSG에는 다행히 류지혁의 타구를 3루수 최정이 박찬호를 태그, 1루로 송구해 류지혁을 아웃시키면서 이닝을 끝냈다.

3회부터 앤더슨의 직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항과 김민식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추신수에게 우익수 방면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추신수는 2루 도루에 성공했고 최준우의 땅볼 타구 때 3루까지 진루했다.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2-2 동점이 됐다.

이건욱은 3회말 KBO 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고종욱에게 우측 담장으로 향하는 2루타를 내줬다. 김선빈을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했으나, 최형우에게는 좌익선상 1타점 적시 2루타를 맞아 2-3 역전을 허용했다. 최형우의 KBO 역대 3번째 3800루타.

하지만 끝내 오래 살아 남은 것은 이건욱이었다. 앤더슨은 4회 최정에게 중전 안타, 한유섬과 박성한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면서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최항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으나, 오태곤의 타구를 본인이 잡아 넘어지면서 홈으로 송구 선택한 것이 실패했다. 결국 모든 주자가 세이프로 인정돼 3-3 동점이 됐고 폭투까지 범하면서 3-4 역전을 허용했다. 최정은 이때 득점으로 이승엽에 이어 KBO리그 두 번째로 1300득점을 달성했다. 만 36세 2개월 12일 만이다.

뒤이어 등판한 최지민이 추신수를 병살타로 돌려세우면서 실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이건욱은 4회말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험난했던 첫 등판을 마무리했다.

실책성 플레이의 연속, 김강민의 쐐기 1점 홈런
5회부터는 양 팀 불펜 투수들의 무실점 피칭이 이어졌다. 4, 5회를 완벽하게 막은 KIA 최지민은 6회 박성한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흔들렸다. 김강민의 타석에서 폭투가 나왔고 좌중간 안타로 1사 1, 3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오태곤의 스퀴즈 번트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SSG 백승건은 5회부터 등판해 시작부터 위기를 맞았다. 박찬호가 좌전 안타에 이어 2루 도루로 SSG 배터리를 흔들었고 고종욱의 땅볼로 3루까지 진루했다. 하지만 김선빈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실점 없이 끝났다. 6회 등판한 고효준은 삼자범퇴로 이날 등판한 SSG 투수 중 가장 안정적인 활약을 보였다.

7회에 다시 챔피언스필드가 요동쳤다. 양 팀 모두 실책성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7회초 SSG는 김기훈을 상대로 김민식(선행주자 아웃으로 추신수가 1루), 대타 조형우, 최주환이 볼넷을 얻어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최정의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고 인필드플라이가 선언됐다. 여기서 변우혁이 공을 떨어트리며 3루 주자 추신수에게 혼란을 줬다. 공을 재빨리 주운 박찬호가 3루로 송구했고 추신수는 미처 귀루하지 못하면서 허무하게 이닝이 마무리됐다.

KIA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우성의 좌전 안타, 한승택의 희생번트로 대주자 김호령이 2루로 향했고 류지혁이 볼넷, 고종욱이 내야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KIA도 만루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김선빈이 중견수 뜬 공으로 물러나면서 점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김강민은 8회초 2사에서 바뀐 투수 장현식을 상대로 비거리 110m의 좌월 1점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SSG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SSG 마무리 서진용은 4일 만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면서 16경기 연속 무자책 경기를 이어가는 동시에 14세이브를 올렸다.

광주=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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