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자르자’ 투표로 해고…“경비원은 파리 목숨”
[앵커]
아파트 주민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던 경비원 고 최희석 씨가 세상을 등진 지 3년이 됐습니다.
경비원 처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비극은 되풀이됐습니다.
올해 3월 서울 강남에서 관리소장의 '갑질'을 못 견디겠다며 경비원이 세상을 떠났고, 동료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또 다른 경비원은 해고됐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파트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이 이렇게 부당한 대우에 무방비인 이유는 언제, 어떻게 해고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파리 목숨'이라고 표현하는 불안한 고용 실태, 이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에 붙은 '경비 시스템 도입 투표' 공지입니다.
결국, 경비원을 해고해 관리비를 줄인다는 취지입니다.
입주민 찬성율 70%, 경비원 14명을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관리비 때문이죠. 난방비 폭탄 나오면서 너무 오른 거야."]
현재 근무 중인 경비원 26명 중 절반이 나가야 할 상황.
누가 대상이 될지 몰라 통보만 기다리는 처지입니다.
[경비 노동자/음성변조 : "9월 말까지 (근무하라고). 통보는 그렇게 했지. 모르지 누가 나갈지. 칠십 넘은 사람들은 다른 데 취업도 못하는 거지."]
김정수 씨도 지난해 9월, 7년간 근무한 아파트에서 해고됐습니다.
역시 주민 투표 결과였습니다.
[김정수/경비 노동자 : "인원을 줄여야겠다라고 주민 투표를 해가지고 동의를 얻어 가지고, 통보를 해준 거죠."]
3천여 세대 아파트 단지에서 이렇게 해고된 경비원이 87명입니다.
[김정수/경비 노동자 : "이제 필요가 없구나. 나이가 칠십 넘어버리니까. 저희들은 그냥 말 한마디 못하고 나온 거예요. 파리 목숨이죠."]
수 년간 일한 노동자를 주민투표로 바로 해고할 수 있는 건 '초단기 근로 계약' 때문입니다.
3개월 단위로 근로 계약서를 써, 종료 시점에 맞추기만 하면 해고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 실태 조사에선 경비원 10명 중 4명이 이렇게 3개월 이하 초단기 계약으로 고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으로 초단기 계약은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자체가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임득균/노무사 : "(지자체는 경비원) 고용안정을 위해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그러면 예를 들면 3개월 단기 계약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계약한 아파트한테 뭔가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아파트 노동자 지원 조례를 제정한 곳은 40% 정도.
조례만 있고 관련 사업은 진행하지 않는 곳은 40곳 가까이 되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 조창훈 하정현/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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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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