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세사기꾼’ 딸의 회생 신청, 강제집행·가압류 다 멈췄다

피해자들 “시간 벌기용”

지난달 2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 한 주상복합건물 인근 주택 담장에 '피해보상' 문구가 적혀 있다. 이 건물은 인천 전세사기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피의자 남모씨가 건축한 것으로 파악됐다./연합뉴스

인천 지역에서 수백억원대 피해를 낸 전세사기 피의자의 딸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생 신청에 따라 법원은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가압류, 경매 등을 중단했다. 피해자들은 사기 세력들이 시간을 벌어 문제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의자의 딸이자 공범인 남모(34)씨는 지난달 말 서울회생법원에 일반회생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지난 2일 남씨에게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할 때까지 모든 채권을 동결하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가압류, 경매 등 절차가 모두 중단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및 은행 등 채권자들이 남씨의 재산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남씨는 올해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인 건축업자(61·구속 기소)의 딸이다. 남씨는 아버지에게 명의를 빌려주며 임대인 역할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경찰에 함께 입건됐다.

남씨는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100% 돌려주기 위한 회생 계획안을 내겠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갑작스러운 회생 신청이 시간을 끌어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뉴스1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의 강민석씨는 “몇 달 동안 여론이 바뀌거나 대책이 흐지부지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 남씨의 회생 신청을 기각시켜달라는 탄원서를 모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남씨의 은행 계좌 등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번 회생 신청으로 무산된 상태라고 한다.

법원이 인가를 결정하는 개인회생과 달리 일반회생은 채권자의 동의 절차가 필요해 실제로 회생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채권이 동결되더라도 피해를 본 세입자들은 현재 주택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