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속에 깊어져 가는 상실을 표현하다…연극 '벚꽃 동산'

최주성 2023. 5. 1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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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동산의 몰락한 여성 지주 라네프스카야는 6년간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유년 시절 추억이 가득한 고향으로 돌아온다.

로파힌은 벚꽃 동산을 별장으로 개조해 수입을 올리자고 라네프스카야를 설득하지만, 아무런 진척 없이 경매일은 다가온다.

김 단장은 "그동안 '벚꽃 동산'은 라네프스카야의 허황된 모습을 많이 강조했다"며 "제게는 전혀 달라 보였다. 주인공의 정서를 따라가며 작품을 '희비극'으로 연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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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호 체호프 대표작…백지원·이승주 주연
연극 '벚꽃 동산' 기자간담회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벚꽃 동산의 몰락한 여성 지주 라네프스카야는 6년간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유년 시절 추억이 가득한 고향으로 돌아온다. 씀씀이는 여전히 귀족이지만 벚꽃 동산을 경매에 내놓아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려워졌다.

그에게 라네프스카야 집안 농노의 자식이지만 사업으로 큰돈을 모은 로파힌이 찾아온다. 로파힌은 벚꽃 동산을 별장으로 개조해 수입을 올리자고 라네프스카야를 설득하지만, 아무런 진척 없이 경매일은 다가온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의 연극 '벚꽃 동산'이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4일 개막했다. '벚꽃 동산'은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와 함께 체호프의 4대 연극으로 꼽힌다.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김광보가 데뷔 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연출한 체호프의 작품이다.

김 단장은 10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 체호프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을 보며 나의 삶을 투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연출을 맡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인공 라네프스카야 역을 맡은 백지원은 5년 만에 무대에 오른 소감을 묻자 "첫 제의를 받았을 때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공연이 끝날 때까지 두려움과 설렘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로파힌을 연기한 이승주는 "배우의 호흡이나 리듬이나 템포가 살짝만 달라져도 극이 삐끗하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며 "예민하게 집중해서 연극을 맺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백지원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벚꽃 동산'은 러시아 혁명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휩쓸린 다양한 인간 군상의 흥망성쇠를 그린다.

인물들은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로파힌은 도시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별장에 관해 이야기하고, 늙은 집사는 좋았던 시절은 온데간데없다며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그 가운데 라네프스카야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내려가는 인물처럼 보인다. 경매일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파티를 열어 한바탕 춤을 추고 실컷 웃는 모습을 보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비친다.

연출자와 배우는 그럴수록 인물의 내면을 유심히 들여다보라고 역설했다.

김 단장은 "그동안 '벚꽃 동산'은 라네프스카야의 허황된 모습을 많이 강조했다"며 "제게는 전혀 달라 보였다. 주인공의 정서를 따라가며 작품을 '희비극'으로 연출했다"고 밝혔다.

주인공의 감정은 '벚꽃 동산'을 희비극으로 만들어주는 핵심이다. 백지원은 "사실 라네프스카야는 벚꽃 동산이 팔리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라네프스카야는 모든 것을 포기하며 벚꽃 동산에 대한 사랑을 지키고자 한다. 그는 자신의 감정이 무모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모습을 지켜만 본다.

그런데 관객들은 무모한 사랑 끝에 파멸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웃지 못한다. 순진한 모습으로 가려진 슬픔을 보여주는 백지원의 연기가 관객을 설득한다.

백지원은 "극한의 상황에 몰린 인물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면서 "웃음 뒤에 깊어가는 상실과 불안감이 관객들에게 느껴졌다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극은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공연 시간 110분.

연극 '벚꽃 동산'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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