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과감한 인사’ 다음날 산업 2차관 교체... 여권 “장관들에 경고성”

김동하 기자 2023. 5. 1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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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지난 1년은 잘못된 국정의 방향을 큰 틀에서 바로잡는 과정이었다”며 “2년 차 국정은 속도를 더 내서 국민들께서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맞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교체하고 대통령실 비서관 일부를 연쇄 이동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과감한 인사 조치’를 거론한 지 하루 만에 ‘속도’를 강조하면서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2년 차 국정 기조 관철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과 정부출범 1주년 오찬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과 당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들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지난 1년 동안 국민들께서 변화와 개혁을 체감하기에는 시간이 좀 모자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강 위에서 배를 타고 가는데 배의 속도가 너무 느리면 물에 떠 있는 건지, (배가) 가는 건지 모른다”며 “속도가 더 나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2년 차 국정은 경제와 민생의 위기를 살피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며 “외교의 중심도 경제에 두고 복합 위기를 수출로 돌파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산업부 2차관에 임명하는 인선을 발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 차관이 대통령실 참모로 1년간 지내며 누구보다 윤 대통령의 원전 생태계 복원 등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과제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인사 조치라는 것이다. 강 차관은 산업부 에너지산업실장 등을 거친 뒤 윤석열 정부 초대 산업정책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서울 수도전기공고와 울산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기술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작년 11월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가 생환한 광부들에게 윤 대통령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면서 강 차관이 광부의 아들이라는 점이 알려지기도 했다.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여당 지도부, 국무위원들과 함께 정부 출범 1주년 오찬을 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일어나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탈원전이나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된 경우”를 콕 집어서 예로 들며 새 정부 기조에 맞지 않는 인사들은 조치하라고 지시했었다. 일각에선 이와 관련해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나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겨냥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국정 기조에 맞지 않는 관료가 있다면 “억지로 설득해서 데리고 갈 필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3년여간 한국동서발전 사장을 지냈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번 차관 인선은 해당 장관들도 제대로 국정 성과를 내라는 일종의 경고”라며 “국정 기조를 강하게 뒷받침할 수 있느냐가 향후 (장관 등) 인선에서 주요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 차관이 빠진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에는 박성택 정책조정비서관이 자리를 이동해 임명됐다. 새 정책조정비서관에는 최영해 동아일보 부국장 임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엔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위대한 국민과 함께 자유와 혁신의 나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책임 있게 기여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썼다. ‘위대한 국민’이라는 표현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인 작년 1월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도 등장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집권 2년 차를 시작하면서 초심을 다잡은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현충원을 참배했던 인사들과 대통령실에서 잔치국수로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 후 지난 4일 일반 시민에게 개방된 용산어린이정원 내 어린이야구장에 들러 유소년 야구단 선수들에게 학년과 포지션 등을 물으며 “훌륭한 선수가 돼라”고 덕담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대통령실 1층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새로 맞이하는 1년도 언론이 정확하게 잘 좀 짚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희가 방향이 잘못되거나 속도가 좀 빠르거나 늦다 싶을 때 여러분께서 좋은 지적과 정확한 기사로 정부를 잘 이끌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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