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폭음·진동과 함께 산 '60여 년'…안보와 일상, 갈등 평행선
오늘(10일) 밀착카메라는 수 십 년 째 포탄 소리에 시달리는 한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근처에 있는 공군 사격장에서 나는 소리와 진동으로 벽이 갈라질 정도라고 하는데요.
훈련은 해야 하고, 주민들은 못살겠고, 방법이 없을지 권민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대천 해수욕장과 가까운 보령의 갓바위 마을입니다.
평화로운 이 마을이 1년의 절반 정도는 포탄 소리로 가득하다고 하는데요.
바로 앞에 있는 공군 사격훈련장 때문입니다.
마침 오늘도 사격 훈련이 있다고 해서 그 소음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저희가 한번 둘러보겠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찢어질 듯한 포탄소리가 마을을 뒤흔듭니다.
사격장에서 300미터 떨어진 곳에 35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미사일기지로 쓰이던 1961년부터 주민들은 포탄소리와 함께했습니다.
[채선화/마을 주민 : {그리고 여기… 이런 소리 계속 들으면 귀가 먹먹하실 거 같은데…} 귀 먹어서 몰라요 잘. 막 쏴도.]
포탄이 떨어지자 소음측정기에 103데시벨이 찍힙니다.
굴착기가 암석을 뚫는 소리에 가깝습니다.
주민 대부분 난청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손인교/마을 주민 : 누가 얘기하는 걸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니까 멍하니 서 있는 게 항상…]
계속된 진동에 창문틀도 부서졌습니다.
소음과 진동을 못 이겨서 벽엔 짙은 금이 생겼습니다.
매년 페인트칠을 새로 해도 다시 금이 간다고 하는데요.
이쪽에 있는 콘크리트 집은 흔들리다 못해 창문 아래에 큰 틈이 생겼습니다.
손가락 3개가 완전히 들어갈 정도입니다.
탄피가 잘못 날아와 지붕에 구멍이 뚫린 일도 있습니다.
[안남식/마을 주민 : 저 미사일 발사하는 소리가 '슝'하더니 조금 있다가 '꽈당' 하더라고. 거기서 올라가보니까 저 지붕이 뻥 뚫렸더라고.]
[김반월/마을 주민 : 오죽하면 어른들은 자식들한테 유언을 '우리 죽으면 묻지 말고 부대 정문 앞에 쌓아놔라']
군소음보상법에 따라 주민들은 월 최대 6만원까지 보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부대를 옮겨달라고 말합니다.
[이윤근/노동환경연구소장 : (소음과 진동은) 삶의 질하고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고, 수면에도 영향이 있고 두통에도 영향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는 주민들이 주변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돕겠다지만 현실적으로 사격장도, 주민도 옮기긴 어렵습니다.
[보령시청 관계자 : (주민) 이전 대책 사업을 한다 해도 자부담 분야가 있거든요. 자부담 부분에서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공군 측은 상생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답을 내놨습니다.
사격장은 국가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입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평범한 일상도 간절합니다.
안보와 건강하게 살 권리, 60년 간 평행선을 달린 갈등을 풀어낼 방법, 정말 없는 걸까요.
(작가 : 강은혜 / VJ : 김원섭 / 영상그래픽 : 장희정 / 인턴기자 : 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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