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 휴식과 위안을 전하는 시 그림책 '백 살이 되면'

전하연 작가 2023. 5. 10. 20: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서현아 앵커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시인이죠. 


황인찬 시인이 2021년 현대 문학상에서 수상한 작품을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시를 짓는 단계에서부터 그림책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세웠다고 하는데요. 


이 그림책에 담긴 시의 매력을 작가에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황인찬 / 시인·작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작가님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황인찬 / 시인·작가

안녕하세요. 저는 시인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황인찬입니다. 


문화의 아름다움이 우리 삶의 아름다움과 결합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열심히 글을 쓰고 또 읽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작가님의 시 '백 살이 되면' 이번에 그림책으로 나왔습니다.


시를 그림책으로 만든다는 게 굉장히 새로운 시도처럼 보이는데 이렇게 결정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황인찬 / 시인·작가 

이 계기 자체는 대학원 박사 과정의 아동문학 수업 덕분이었어요. 


그러니까 과제였던 건데요. 


수업 과제로 아동문학 작품을 써야만 했고요. 


그리고 그 중간 과제와 기말 과제죠 거기에서 썼던 두 편의 작품이 운 좋게 출판사와 연결이 되어서 그림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여러 작품들이 있으실 텐데 특별히 '백 살이 되면'을 그림책으로 만드신 이유도 있으실까요?


황인찬 / 시인·작가

네 백살이 되면 이라고 하는 이야기 자체는 언제나 제 안에 있는 좀 뭐랄까요. 


그 항상 있는 테마이자 화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잘 쉬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잠시 '멈추는 게 필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이 다 그렇잖아요.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고 바쁘게 움직이고 잘 멈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백 살이 되면'이라는 이야기 또한 그렇게 좀 쉬는 것에 대한 휴식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시의 언어와 그림책의 언어가 만나서 더 풍부한 감성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 그림책 '백 살이 되면'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황인찬 / 시인·작가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쉼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사실 이게 제목만 보고서는 '백 살이 되면'이라고 그러니까 어른이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어떨까라는 이런 이야기라고 상상을 하시면서 책을 집어드는 분들도 계시다고 해요. 


그런데 아주 긴 휴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우리에게 정말 잘 쉬는 일 휴식하는 일이 필요해서 휴식하는 일들을 꿈꿔보고 상상해보는 사실 저도 자주 상상하거든요. 


푹 쉬었으면 좋겠다, 아주 긴 휴식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소망을 담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휴식과 위안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네요. 


그렇다면 이 책에서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장면은 어떤 겁니까? 


황인찬 / 시인·작가 

이 책은 그러니까 글은 제가 썼지만 그림은 이제 서수연 작가님이 이 그림을 아름답게 그려주셨는데요. 


좋아하는 그림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하면 모든 장면을 꼽아야 할 것 같지만 그중에서도 각별하게 여겨지는 장면 하나를 꼽자면 '빛을 받고 뿌리를 뻗으며'라는 문장이 나오는 장면입니다. 


이게 숲에서 물로 조금씩 이동해 나가는 그런 장면을 그렸는데요.


현실의 무게를 조금 벗어나기 시작한 현실의 무게를 좀 벗어던지기 시작한 이 주인공 소년이 뭐랄까요,

더 편안한 휴식과 위안의 세계로 나아가는 그 중간 아주 빛이 한가득 있는 그 아름다운 편안한 공간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 장면이라 너무 아름다워서 특히 각별하게 좋아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글도 아름답지만 이 글의 매력을 살려주는 그림 하나하나가 참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백 살, 백 년이라고 하면 사실 어린이들에겐 굉장히 긴 시간이지 않습니까? 


이 글을 읽은 어린이 독자들의 반응은 좀 특별했을 것 같은데요. 어땠습니까?


황인찬 / 시인·작가 

어 저는 사실 이게 좀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이 긴 휴식을 원한다는 감각을 과연 잘 알아줄 수 있을까 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사실 책을 출간한 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어린이 독자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 원래 이 작가들은 책을 내면 항상 인터넷 검색을 하거든요. 


별점평가를 찾아보기도 하고 근데 그런 것들 가운데서 찾아보면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었다는 리뷰들을 보면 아이들이 이 긴 휴식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에 정말 깊게 공감을 하고 '아 나도 쉬고 싶다' 이렇게 말한다고 적어주신 걸 보면서 어린이들도 이 이야기에 휴식에 대해서 공감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 반갑기도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아이들에게도 굉장히 좀 깊은 휴식이 필요한 그런 시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사하는 바가 많네요. 


이 작품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도 있으실까요?


황인찬 / 시인·작가 

저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봐도요


저 같은 경우에도 '좀 쉬고 싶다, 혹은 멈추고 싶다, 오늘은 나가기 싫은데 이불 속에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든 지금이든 마찬가지로 항상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요. 


아마 지금의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그런 순간들 그런 마음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마음을 저는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쉬고 싶은 마음, 멈추고 싶은 마음이 때로는 우리의 삶을 더 풍부하게 그리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잠시 멈추고 또 숨을 고르는 그런 순간들 마음에 잘 간직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 작품은 그림책이기는 하지만 어른들도 읽고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성인 독자들도 염두에 두고 만드신 책일까요?


황인찬 / 시인·작가 

그렇죠 사실 이게 어른 독자와 어린이 독자 이렇게 구분을 하면서 쓴 책은 아닙니다. 


휴식을 바라는 마음은 사실 어른들한테도 많을 수도 있겠죠. 


어른들에게도 이것이 좀 각별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사실은 정말로 멈춰야 되고 정말로 쉬어야 하는 건 저희 어른들이죠. 


어른들이 함께 멈추고 모두가 함께 멈추면서 우리가 어딜 향해서 움직이고 있는지 우리가 어딜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건지 잠시 돌아보고 멈춰보면서 공감을 해주신다면 좋겠다고 이런 마음을 담아서 쓴 그림책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이 작가님께 '백 살이 되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작품입니까?


황인찬 / 시인·작가 

뭐랄까요. 요즘은 문학은 사실은 그냥 엔터테인먼트의 한 분야로만 취급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 안에서 문학을 통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가 무슨 말을 나눠야 할지 이런 고민을 해 나가는 게 요즘에 저한테는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할 수가 있는데요.


'백 살이 되면'이라고 하는 것은 시 그림책이죠. 


시 그림책이라고 하는 형식을 통해서 독자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고 다르게 만날 수 있는 이 기회가 생겨서 그게 저한테는 참 아주 기쁘고 좋은 일이었다고 이렇게 일단은 이 책을 여기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속도를 너무 강조하는 시대이다보니까 이런 멈춤의 의미가 더 깊게 다가오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이 첫 그림책 '내가 예쁘다고?'에 이어서 이번에 '백 살이 되면'까지 그림책으로 출간을 하셨습니다. 


시와 그림책의 어떤 공통점도 있을까요?


황인찬 / 시인·작가 

정말 놀랍게도 시와 그림책의 언어는 참 많이 닮아 있어요. 


오히려 그래서 이 출판 편집자 아동 문학 특히 출판 편집을 하는 선생님들이 말씀하시기는 오히려 동화를 쓰는 그러니까 어린이를 위한 산문 문학을 하시던 분들이 그림책을 쓰실 때 좀 어려움을 겪으신다고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그림책의 언어는 시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간결하고 압축된 말들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장면 하나의 상황 혹은 하나의 이미지 이런 것들에 기대어서 그것들이 충분히 말을 할 수 있도록 이 말들이 자리를 내줘야 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이런 언어가 뒤로 물러나고 간결해지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고요.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아까 말씀드렸던 하나의 이미지 하나의 장면 하나의 상황이라고 할 만한 것이 시의 경우에는 시가 직접 그것을 제시하고 보여주면서 상상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하는데요. 


그림책 같은 경우에는 그림을 믿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작업 과정이 대체로 어떻게 돼 있냐면 그림보다 글이 먼저 쓰이거든요. 


그러니까 사실은 글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그려지지 않은 그림을 상상하면서 그를 쓰기도 해야 돼요. 


다가올 그림 혹은 어느 작가가 그려줄 그 그림들을 기대하고 상상하면서 그 자리를 미리 내어주는 작업이라는 점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기도 하고요. 


굉장히 재미있는 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실제로 작가님께서 그 작업을 하실 때도 혹시 어떤 이미지나 장면을 염두에 두시고 쓰시는 편이십니까?


황인찬 / 시인·작가 

저 제 글 작업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이미지들을 많이 분명하게 잡아두고 움직이는 편이고요. 


그리고 그림체 작업을 할 때에도 어떤 성격의 작업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야기나 장면이 명료한 이 그림일 경우에는 거의 영화 지문처럼 장면의 구성, 상황 거기에 있는 인물들 이런 것들을 지문처럼 구성을 해놓고 괄호를 쳐놓고 말까지 써가면서 글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들도 많이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많이 되는데요. 


앞으로 계획은 어떠십니까


황인찬 / 시인·작가 

일단은 곧 다가올 여름에 새로운 신간 시집이 나올 예정입니다. 


신간 시집이 출간하게 되면 뭐 그와 관련한 이제 뭐 여러 가지 일들을 또 해야 되겠죠. 


관련된 일들을 정리한 뒤에는 제가 이제 그림책 두 권을 내면서 그림책에 대한 애정도 욕심도 참 커졌거든요. 


그래서 올 하반기는 가능하면 그림책 작업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혹시 있으실까요.


황인찬 / 시인·작가 

사실 조금만 돌아보면 세상이 바뀌어 있고 눈을 떴다가 다시 뜨면 내가 알던 것이 다른 것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너무 많은 게 빠르고 바쁘게 변해가는 삶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런 빠른 변화 속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질문을 나에게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던져야 할지 고민하는 일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문학은 그리고 책은 잠시 멈추는 이 달리다가 잠깐 멈춰서 숨을 고르고 돌아보는 가장 쉽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많이들 바쁘시겠지만 책 한 권의 여유 그리고 시 한 편의 여유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저 역시도 살아남으려면 빨리 달려야 한다는 어떤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현대인인데요. 


오늘 얘기 나누면서 어쩌면 행복한 삶이란 자주 멈춰서 그리고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그런 삶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