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변호사시험 이어… AI, 일본 의사국가시험도 합격

워싱턴대 연구팀 실험 결과
오픈AI가 개발한 최신형 GPT-4
지난 5년간 기출시험 모두 통과
응시자들 평균 점수보다는 낮아
풀이 과정에서 문제점도 드러내
안락사 유도 ‘적절한 대응’ 꼽기도
워즈니악 “AI로 사기 쉬워질 것”

교육, 문학, 미술 등 인간 활동의 전 영역으로 침투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생명, 건강을 다루는 것도 가능할까. 최근 개발된 AI라면 의사 자격을 취득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최신형 AI GPT-4에게 일본의 2018∼2022년 의사국가시험을 풀게 한 결과 5번 모두 합격점을 받는 결과를 보였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사진=AP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 가사이 준고(笠井淳吾) 연구원팀은 지난 5년간 일본 의사국가시험을 오픈AI의 챗GPT와 GPT-4에 풀게 했다. 그 결과 GPT-4는 응시자 평균 점수보다는 낮았지만 합격점을 넘었다. 2022년 시험(494점 만점)의 경우 응시자 평균은 482점이었고 GPT-4는 합격점 371점을 조금 넘는 392점을 받았다. 챗GPT는 다섯 번 모두 합격점을 넘지 못했다. GPT-4는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의 최신 버전이며, 챗GPT는 이전 버전인 GPT-3.5 기반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GPT-4는 풀이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임산부 환자에게 투여할 수 없는 약을 선택하는가 하면 안락사를 유도하는 내용을 ‘적절한 대응’으로 꼽기도 했다. 가사이 연구원은 “일본 의료 현장의 법률이나 규칙을 모르거나 임산부라는 등 중요한 정보를 간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이런 과제는 AI가 보다 많은 일본어 데이터 학습을 하면 대폭 개선될 수 있다”며 “GPT-4가 미국의 사법시험, 의사시험에 합격하는 수준의 결과를 냈다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공동창업한 컴퓨터 과학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AI가 잘못된 정보를 발견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만큼 더 큰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워즈니악은 “AI는 매우 지능적이어서 누군가를 속이고 싶어 하는 ‘나쁜 선수들’에게 개방돼 있다”며 챗GPT 같은 프로그램이 “매우 지능적인 텍스트를 생성해 사기꾼을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기술이 생산되는 것을 멈출 수는 없지만 이용자들이 악의적인 사기를 잘 걸러낼 수 있도록 더 많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준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즈니악은 또 AI 기술을 개발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기업에 (규제를 통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며 “규제 당국이 이를 제대로 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AI가 생성해 대중에게 공개되는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이를 게시하는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즈니악은 지난 3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AI 전문가와 정보기술(IT) 업계 경영자 1000여명이 오픈AI의 GPT-4를 능가하는 AI 시스템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해야 한다는 서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이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