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성희롱·학부모는 폭언… 교사 4명 중 1명 “정신과 다녀” [뉴스 투데이]

송민섭 2023. 5.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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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교권침해 상담건수 520건… 코로나 이전 수준 회귀
교권 침해 주체 46%가 ‘학부모’
아동학대 신고 협박·고소 수십건
대부분 무혐의 종결… ‘무고’ 많아
학생은 수업 방해·욕설·명예훼손
교사 10명 중 9명 “이직·사직 고민”
교총 “교권 보장 제도 필요” 촉구
#1.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해 한동안 “우리 애한테 말조심해라”, “정신병자냐”, “죽여 버리겠다”는 내용으로 학부모가 보낸 협박성 문자에 시달렸다. 학생에게 학교 알림장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하는 방법을 알려줬다는 이유에서다.
 
#2. 지난해 9월 광주에서는 여성 교사의 치마 속 등을 몰래 촬영한 고등학생이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학생은 약 1년 동안 교탁 등에 동영상 촬영 기능을 켠 휴대전화를 숨겨 놓는 방법으로 불법 촬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면수업이 전면 재개된 지난해 교권침해 상담 건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500건대로 다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교권침해의 절반가량은 ‘학부모에 의한 피해’였는데 이유는 학생지도, 학교폭력, 명예훼손 등의 순이었다. 이 같은 교권침해로 교사 4명 중 1명가량은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았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1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2022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처리 건수는 520건이다. 이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수업이 많았던 2020년(402건)과 2021년(437건)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교총은 “위드코로나에 따른 전면 대면수업 전환으로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급증한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교권침해 주체는 학부모(241건, 46.4%), 교직원(127건, 24.4%), 학생(64건, 12.3%), 처분권자(59건, 11.3%) 등의 순이었다. 이 중 학부모의 교권침해 원인은 학생지도(51.9%), 학교폭력(22.4%), 명예훼손(18.9%), 학교안전사고(7.1%) 관련 등이었다.
특히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불만을 품고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원이 교총에 교권 옹호 기금 소송비 지원을 신청한 경우도 2018년 11건에서 2022년 26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교총은 “학생지도로 분류된 상담 건수 125건 중 절반 이상은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이나 실제 고소를 당했다는 내용”이라며 “신고를 살펴보면 대부분 검찰에서 무혐의 종결될 만큼 무고성 내용이다. 학부모 본인에게 돌아올 피해가 거의 없는 것을 악용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에 의한 피해로는 수업방해(34.4%), 폭언·욕설(28.1%), 명예훼손(20.3%), 폭행(9.4%) 등의 순이었고 성희롱도 7.8%에 달했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교원이 존중받아야 교육 혁신이 가능하고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 보장도 실현할 수 있다”며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과 생활 지도를 보장하는 법, 제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조합원 1만1377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4명 중 1명(26.6%)은 최근 5년간 교권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지도 과정에서 아동학대를 이유로 신고당했다는 교사도 5.7%에 달했다.

교직생활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교사 10명 중 약 7명(68.3%)은 부정적으로 답했고,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9명가량(87.0%)이 “그렇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과제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처벌 등 법률에 의한 교육 활동 침해 방지 대책 수립”(38.2%)을 꼽았다. 2순위는 “교원의 경제적 보상 현실화”(33.5%)였다.

현장 고충이 커지는 만큼 부장교사를 희망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91.3%에 달했다. 이유로는 “과도한 업무에 비해 보직 수당이 낮다”(39.2%), “과도한 업무와 무거운 책임”(28.3%)이라고 답했다. 담임을 기피하는 원인으로는 “학부모 민원 및 상담을 감당하기 부담스럽다”(33.0%), “학교 폭력과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32.4%)가 꼽혔다.

또한 정부 정책에서 현장 교사 의견이 잘 반영되냐는 질문에는 96.3%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현 정부 교육정책을 학점으로 평가해 달라는 항목에는 72.1%가 ‘F’를 줬다.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사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조사 결과”라며 “교사들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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