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에는 꽝인데”…도심 한복판 롯데호텔 택한 기시다, 왜?
국빈급 인사 수용할 수 있는 규모
‘세일즈 외교’ 위해 택했단 분석도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뒤 8일 오후 출국했다. 체류 기간 총리 부부는 역대 일본 정상들과 마찬가지로 롯데호텔에 묵었다. 이 때문에 롯데호텔 주변에는 7일 오전부터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들과 무장경찰, 베어켓 장갑차 등이 배치됐다.
통상적으로 일왕이 아닌 일본 총리는 최고 등급 경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제 총기에 맞아 피격된 데다 지난달 기시다 총리를 겨냥한 폭탄 테러까지 있었던 만큼 관계부처가 경호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가지 특이한 건 롯데호텔이 국빈급 인사를 경호하기에는 다소 제약이 많은 시설이라는 점이다. 롯데호텔은 복잡한 도심 한복판인 서울 소공동 대로변에 위치한다. 필요 이상으로 접근성이 좋은데다 유동인구가 많고, 주변에 고층 건물까지 다수 있어 시야 확보도 제한된다.
익명을 요한 한 군 특수부대 관계자는 “확률이 희박하지만, VIP 경호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나가는 인파가 많을수록 경호원들이 위협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고, 고층 건물이 많으면 저격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텔의 출입구가 너무 많거나, 위치가 대로변인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정말 만에 하나라도 테러 공격이 일어나면 퇴로 확보가 어렵다. 복잡한 도심일수록 구급차가 접근하기도 어렵다. 제가 경호를 맡았다면 롯데호텔만큼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군과 보안업계, 호텔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 서울신라호텔이 VIP 경호와 의전에 최적이라고 꼽았다. 산자락 내지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이 어렵고 주변에 호텔보다 높은 건물이 없다는 데서다.
신라호텔은 지난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찾았던 바 있고, 작년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 장소로 채택되기도 했다. 한 보안업계 종사자는 두 호텔에 대해 “폐쇄적인 곳에 자리를 잡은 점이 국가 정상을 경호할 때 이점”이라고 평가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경호상 위험을 무릅쓰고 롯데호텔을 채택한 데 대해 일종의 ‘세일즈 외교’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국에서 진출한 기업을 밀어주고자 여러 호텔 중 롯데호텔을 일부러 택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가마다 선호하는 호텔이 나뉘는 경향은 있다. 일본 쪽 인사들의 경우 예전부터 롯데호텔을 선호해왔다”며 “경호상 위험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익숙한 곳을 우선 고려하고, 또 수행인력이 함께 머물 만큼 객실 수가 충분한지 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에 따르면 소공동 롯데호텔의 객실 수는 총 1015실이다. 국빈급 인사와 함께 이동하는 수행원들을 동시에 수용하고도 남는 규모다. 지난해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 전후로 400여실을 빌렸을 때도 호텔 영업에는 지장이 없었을 정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앞선 빈 살만 역시 경호상 위험성을 크게 고민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호텔 내부에서 주요 정계, 재계 인사들과 회의하고자 접근성을 가장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문과 관련, “VIP들이 주로 오는 특정 층이 있다. 이곳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다”며 “이런 점과 국빈급 규모를 수용할 수 있는 호텔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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