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내 나이가 어때서

2023. 5. 1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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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어느 섬마을. 늙은 어부 산티아고와 그를 따르는 소년 마놀린이 살고 있습니다.

"물고기를 못 잡은 지 벌써 84일째야"

오랫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한 노인을 소년의 부모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죠.

85일째 되던 날, 마침내 노인은 거대한 청새치를 잡지만 낚아 올리던 중 상어 떼의 공격을 받아 청새치는 뼈만 앙상하게 남게 됩니다.

"난 더 이상 운이 안 따라" "괜찮아요, 제가 운을 가져오면 되죠, 할아버지께 배울 게 많아요"

소년은 일생일대의 대어를 잃고 실의에 빠진 노인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세대를 뛰어넘은 우정을 나눕니다.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카페 출입문입니다.

'노 시니어존'이라는 단어 밑에 60세 이상 어르신 출입 제한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바로 옆엔 안내견은 환영한다고 쓰여있네요.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 키즈존'에 이어 '노 시니어존'. 어르신 출입 금지 업소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주인은 안 늙을 것 같냐", "가게 마음이다" 말들이 많은데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40대 이상 커플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캠핑장. '대학 정규직 교수님들은 출입을 삼가라'는 대학가 주점. '49세 이상은 정중히 거절한다'는 신림동 포차까지 이미 노 시니어존은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거든요.

대부분 점주는 출입 금지 대상을 선정한 이유로 '영업 방해'를 꼽지만 사람을 나이로 구분하는 건, 성별, 학벌 등으로 차별을 두는 것과 뭐가 다르지요.

실제로 인권위는 나이를 기준으로 한 이용 제한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천학지어. 마른 샘의 물고기들이 서로 거품을 적셔주며 살아남는다. 어려울수록 돕고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과거, 옛날 어릴 때 일은 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는요?

미래를 보지 않는 현재에, 좋은 미래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미래는 누구나 나이 듦. 똑같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내 나이가 어때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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