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중심된 영부인…‘활발한 외조형’ 김건희 여사”[용산실록]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대통령리더십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하며 김건희 여사와 역대 영부인의 스타일에 대해 분석했다. 김건희 여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활발한 외조형’으로 분류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역시 ‘활발한 외조형’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대한민국 영부인은 정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며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현대 영부인의 역할에 대해 냉철하고도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요즘처럼 보수진영이 진보 대통령의 영부인(김정숙 여사)을 맹렬히 공격하고, 진보진영이 보수 대통령의 영부인(김건희 여사)을 맹렬히 공격하는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차기 대권주자와 차기 대통령의 영부인은 훨씬 더 강도 높은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원장은 “미국 하버드대의 토머스 패터슨 교수가 퍼스트레이디를 ‘제1의 특별조언자’라고 규정한 것은 공식 직함도 없는 대통령의 부인이 부통령이나 국무장관보다 더 중요한 조언자 역할을 한다는 뜻”이라며 “이제 우리도 영부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하고, 영부인도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대한민국 영부인의 역할을 크게 ‘소극적 내조형’→‘적극적 내조형’→‘활발한 외조형’으로 변화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극적 내조형’의 경우 대통령에게 개인적 조언을 건네는 전통적인 영부인상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양숙 여사 등이다. 정책적 조언을 건네는 현대 영부인상인 ‘적극적 내조형’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등을 들었다.
최 원장은 ‘활발한 외조형’에 대해 “미래 신세대형 영부인의 정치적 내조”라고 규정하며 김정숙 여사와 김건희 여사를 꼽았다.
그러면서 “‘활발한’은 외모나 패션이 주목을 받는다는 뜻이고, ‘외조형’은 사실상 남편의 도움을 받는다는 뜻”이라며 “오늘날 ‘활발한 외조형’은 세계적인 대세이며, 다양한 분야의 활동으로 남편을 측면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광주광역시의 강기정 시장이 광주비엔날레 행사에 김건희 여사를 초청한 것도 세태 변화를 실감케 한다”면서도 “양극단 정치 속에서 정쟁의 지뢰가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김건희 여사는 정치적 행보를 최소화하고 ‘민생 행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리더십연구원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40여명 가운데 ‘성공한 퍼스트레이디’로 꼽히는 영부인들은 대부분 ‘활발한 외조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노어 여사, 애덤스 대통령의 부인 아비게일 여사,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여사,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전 국무장관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최 원장은 “1930-40년대에 전국 순회연설, 칼럼기고, 기자회견, 정책간담회 등 독자적인 대외 활동을 펼쳐 야당으로부터 ‘엘리노어 행정부’라는 비판을 받았던 엘리노어 여사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영부인으로 기록됐다”며 “엘리노어 여사는 남편 루스벨트 대통령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자 오로지 영부인 사업에만 몰두해 최고의 업적을 쌓았다”고 했다.
이어 “2대 대통령 애덤스 대통령의 부인 아비게일 여사 역시 여성인권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해서 ‘미세스 프레지던트’라는 비아냥을 받았다”며 “백악관을 새롭게 단장하고 최초로 전담 언론비서까지 두고 패션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여사, 건강보험 등 국가정책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빌러리(빌+힐러리)’라는 비판을 받았던 힐러리 전 국무장관은 모두 성공한 퍼스트레이디의 상위 5위에 오르내린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용한 ‘그림자 내조’를 했지만 사치와 낭비를 일삼았던 링컨 대통령의 부인 마리 토드 링컨 여사는 ‘최악의 퍼스트레이디’로 기록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원장은 “영부인은 요란하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지만, 조용하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며 “김건희 여사의 영부인실이 벤치마킹할 게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영부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상태로, 이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영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했고, 현재 김건희 여사의 일정 등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 부속실에서 함께 관리 중이다.
미국의 경우 1967년과 1993년 두 차례에 걸쳐 영부인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법안을 마련해 백악관에 6명의 행정보좌관과 8명의 비서를 합해 모두 15명 정도의 비서진을 두도록 했다. 또, 1998년에는 백악관 인터넷에 ‘미국 역대 퍼스트레이디 도서관’이 설립돼 국민들이 영부인의 활동상을 볼 수 있다. 영부인 사업이라는 뜻의 ‘펫 프로젝트(Pet Project)’를 통해 체계적이고 공개적인 활동도 가능하다.
최 원장은 “과거 청와대의 제2부속실은 5명 정도 직원들이 있었지만, 김건희 여사의 영부인실 시스템은 명확하지 않다”며 “김건희 여사의 영부인실은 차제에 백악관의 퍼스트레이디 시스템을 잘 벤치마킹해 ‘세련되고 투명하며 대중친화적인 영부인실’로 업그레이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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