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강도살인 첫 항소심… 이정학 "내가 총 안 쐈다"

사진=대전일보DB

22년 전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발생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은 이승만(52)과 이정학(51)이 항소심에서도 서로 격발 여부를 두고 공방을 펼쳤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송석봉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 40분쯤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과 이정학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항소 이유에 대해 사안의 중대성과 범행수법, 결과의 잔혹성 등을 비춰볼 때 원심이 선고한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승만 측 변호인은 "원심에서 피해자를 권총으로 격발해 살해했다는 부분이 문제가 된다"며 "실제 격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사실 논의가 필요하다. (원심에서는) 격발에 대한 판단이 형량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양형이 부당하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학 측 변호인도 양형 부당을 항소 이유로 설명했지만, 이정학은 "사실상 진실을 밝히고자 항소를 한 것"이라며 "내가 받은 20년형은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포기하려고 했다. 형이 깎이는 것을 크게 바라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계속 이승만이 자신은 총을 쏘지 않았고 내가 쐈다고 주장해 이 부분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며 "검찰이 먼저 항소하고 주변 사람들도 항소를 권유해 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만 측 변호인은 이정학을 증인으로 신청해 백경사 피살 사건을 포함한 이전 증언을 다시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승만 측 변호인은 "현재 전북경찰청에서 수사 중인 백경사 피살 사건과 관련해 자료를 제출하려 했지만 수사과정의 제약 등 문제로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승만이 격발했다는 물적증거가 없으며 사실상 간접정황, 정황증거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정학을 증인으로 신청해 원심에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을 다시 확인하고 백경사 피살 사건 관련 이정학의 단독범행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에서 긴 분량으로 증인신문이 충분히 이뤄졌다"며 "검찰이 피고인을 신문하든, 재판부가 직권으로 신문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승만과 이정학의 형량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강도살인 혐의는 유죄 인정 시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데,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이정학에 대해 징역20년(유기징역형)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정학에 대한 양형과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강도살인죄는 단일죄로,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뿐인데 1심에서 이정학에게 20년형을 선택했다. 다음 기회에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직권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 의견을 정리해 내달 21일 피고인 증인신문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지난 2001년 12월 21일 오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용 가방을 운반하는 피해자(45·은행 출납과장)를 권총으로 살해한 뒤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챙겨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범행 2달 전 대덕구 비래동에서 순찰 중인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은 뒤 총기를 훔쳐 범행에 사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