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재에도 진전없는 ‘간호법 갈등’… 의료대란 현실화하나
이정한 2023. 5. 10. 19:32
의료연대, 11일 부분파업
이견 못 좁혀… 의료대란 가시권
간협은 “간호법 제정 고수” 입장
정부, 직역 간 협업 악영향 우려
16일 尹 거부권 행사 여부 주목
이견 못 좁혀… 의료대란 가시권
간협은 “간호법 제정 고수” 입장
정부, 직역 간 협업 악영향 우려
16일 尹 거부권 행사 여부 주목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13개 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가 11일 2차 부분파업에 나선다. 여야와 보건의료 직역 간 합의 없이 거대 야당 주도로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부터 보건의료계 내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당정은 간호법 중재안과 간호사단체의 요구 사항을 대폭 수용한 간호 인력 지원 대책을 내놓으며 중재에 나섰지만, 간호사단체는 간호법 원안 제정을 고수하고 있어 협의에 진전이 없다.
의료연대는 11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2차 연가투쟁을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의사들은 단축 진료를 하고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 등 다른 직역은 연가 등을 활용해 부분 파업하는 방식이다. 의료연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오는 19일 연대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단체행동에 나설지를 묻는 의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간호법이 그대로 공포되면 지금처럼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직역 간 갈등이 계속돼 국민 건강 보호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간호법 제정은) 실질적인 내용 변화 없이 의료 현장의 갈등을 심화하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의료 체계는 1951년 시행된 의료법이 통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간호법을 여기에서 분리하면 한의사와 물리치료사 등 다른 직역의 독립법 제정 요구가 커지면서 의료법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의료법과 간호법으로 이원화한 체계를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 ‘간호사법’이 있는 국가의 경우 치과의사법과 의료기사법 등 직역별로 법이 나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간협은 고령화 시대에 늘고 있는 지역사회 돌봄 수요에 대응하려면 간호사 업무 범위를 의료기관 이외 ‘지역사회’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역시 병원 밖·재택 돌봄 서비스 제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지역사회 의료·돌봄 서비스는 간호사뿐 아니라 의사와 요양보호사, 물리·재활치료사 등의 협업이 중요한데, 다른 직역이 반발하는 간호법이 협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 가정·방문 간호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의료법 등에 따라 이뤄지고 있어 간호법 제정으로 바뀌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 안팎의 평가다.
직역 간 이견이 큰 탓에 정부는 간호법을 그대로 제정하기보다는 중재안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간호사 처우 개선과 돌봄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긴 ‘간호 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간협과 협의체를 꾸려 5차례 회의 끝에 의료법 체계 내에서 간협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마련한 대책안이다.
간협은 대책안이 “간호정책의 주요 과제를 담고 있다”며 환영하면서도 간호법 제정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간호법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이나 다른 직역의 업무 영역을 침범한다는 의료연대 우려에도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 회장은 10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국민의힘과 복지부가 낸 중재안이 상당히 합리적이어서 우리 13개 단체(의료연대)는 수용했다”며 “하지만 간호협회는 원안을 고칠 수 없다며 협의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19일이다. 윤 대통령이 16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수용 또는 거부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정이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은 시간이 좀 있다. 제가 혼자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당정은 이르면 이번 주말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간호법 처리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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