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압박은 줄이고 욕망은 되살려야

한겨레 2023. 5. 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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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다양한 출산 장려정책을 펴고 있지만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다.

300조원에 가까운 저출산 정책 예산은 어디로 갔을까.

젊은 층에게 사회적 압박을 줄여주고 욕망을 되살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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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왜냐면] 배운기 | 서울회생법원 파산과장

우리나라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다양한 출산 장려정책을 펴고 있지만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다. 300조원에 가까운 저출산 정책 예산은 어디로 갔을까. 유능한 전문가 집단과 국가 조직의 엘리트들은 무엇을 했을까. 총체적 난국에 빠진 저출산율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젊은 세대의 건전한 가치(욕망)를 저해하는 사회적 압박이 문제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사회적 압박에 대한 완충장치가 잘 만들어져 있고, 선진사회일수록 언론과 이익집단의 결탁을 견제하는 통제와 견제 매커니즘(작용 구조)이 잘 갖춰져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내 집 마련 문제, 대학 진학과 취업, 경쟁사회, 기성세대조차 어려워하는 이 세 가지 압박에서 누가 결혼하고 싶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 할까.

젊은 층에게 사회적 압박을 줄여주고 욕망을 되살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때론 젊은 층의 사회경제적 욕망과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선행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결혼 자체를 거부하는데, 출산 문제를 말하는 것이 문제다. 당장 자신의 삶이 피곤한데, 가족이나 2세들의 삶에 대해서 어떻게 고려하고 배려하겠는가.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의식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정치·경제·사회적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첫째, 젊은 세대의 욕망과 가치관을 계속 고려하고 묻고 반영해야 한다. 정책 입안과 결정 과정에서 ‘왜’, ‘어떻게’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성세대의 어설픈 (비)전문가와 관료들로만 만든 대책위원회(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모든 것을 망치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은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자신들의 경험칙에 의존해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입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요자인 젊은 세대의 적극적 의사 개진과 참여를 위한 통로가 절실하다. 전문가, 이해당사자, 정당 등이 함께 참여하는 프랑스와 스웨덴의 각 위원회를 보라.

둘째, 개인의 가치관과 그 변화를 수용하는 중장기적 대응방법이 필요하다. 다 함께 먹고살 만하고, 안전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안전망과 젊은 세대의 사회적 연대 강화를 전제로 전 국가적 정책이 필요하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 국가의 숙명인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실수요자의 지지 없는 정책의 입안과 집행을 줄여나가야 한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 한마디에 정책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는 우화 같은 이야기가 다른 나라 어디에 있는가.

네 명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가장 아쉬운 점은 △보육의 공공성 문제 △육아에 대한 사회적 시선 △교육의 사회경제적 비용이다. 출산과 양육은 전 세대적, 전 국가적 문제이면서도 미시적 조직에서는 공감하지 못하는 싸늘한 시선을 받기 마련이다. 거미줄처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된 저출산과 육아 정책이 설 마당이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부분에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절실함에도 현실은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다. 문제와 원인을 단순하게 생각해 젊은 청춘들의 욕망과 가치관에서 그 해법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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