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주는’ 정책은 한계…지방소멸 총괄부처 신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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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애기 낳는 자판기 좀 사다 주세요." 전남 어느 시골 마을에서 할머니들의 자조 섞인 외침을 들은 지 10년이 넘었다.
작금의 위기상황에서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바라보는 관점과 정책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방소멸에 대처하는 '지방창생성'이라는 부처를 만든 일본이 시골에 은퇴자 마을을 만들고자 많은 돈과 노력을 쏟았지만, 결국 실패한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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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문병교 | 전 전라남도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장
“선생님, 애기 낳는 자판기 좀 사다 주세요.” 전남 어느 시골 마을에서 할머니들의 자조 섞인 외침을 들은 지 10년이 넘었다. 오죽하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런 말씀을 하실까? 6·25 전쟁통에도, 한 끼 먹고 살기 힘들던 보릿고개 시절에도 아이들을 낳고 교육시켰던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교육부 통계를 보니 전남에서는 이미 800개 이상의 초등학교가 없어졌다. 5년 안에 초등학교 50%가 폐교될 수 있다는 섬뜩한 연구 결과도 있다.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마을이 없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작금의 위기상황에서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바라보는 관점과 정책 자체를 바꿔야 한다. 필자가 평생 지방에 살면서 느낀 5가지 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저출산’이라는 말보다 ‘저출생’이라는 말을 사용하자. 저출산은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의미다. 인구감소는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다. 특정 기간 태어나는 아이의 숫자를 바탕으로 한 저출생이라는 대체어를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고령화’는 인구감소의 현상이지 원인이나 해결책은 아니다. 사람이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은 것은 인류의 오랜 염원이다. 현상을 문제라고 하다 보면 여성과 고령 인구에 대한 책임 전가, 혐오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인구의 유입과 정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인구 유출 방지와 원주민 ‘삶의 질 향상’을 병행해야 한다. 지방소멸에 대처하는 ‘지방창생성’이라는 부처를 만든 일본이 시골에 은퇴자 마을을 만들고자 많은 돈과 노력을 쏟았지만, 결국 실패한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더 준다’는 식의 인구정책은 한계가 분명하다. 마을에는 아이들과 청·장·노년이 골고루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다.
셋째, 매번 놀라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에 ‘지방소멸 담당 부처’를 어서 만들자. 지방정부도 청년, 주민 자치, 귀농·귀촌 귀향, 마을공동체, 지역개발, 마을교육과 농촌 유학 등 지방소멸에 대처하는 통합관리 부서가 시급하다. 지난 3월 합계출산율 0.78명이 발표되자마자 실현 가능성 없는 졸속 아이디어들이 넘쳐났다. 모든 정책은 ‘조직과 예산’이 있어야 그 일이 가능하다. 주민도 무너진 마을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마을과 초·중·고·대학생, 출향민, 재외국민이 참여하는 ‘고향 스테이’, ‘리빙랩’, ‘새 농활 프로젝트’ 등 외부 유입을 통한 인구감소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
넷째,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유관 조직과 기관, 도시와 농어촌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 지방에 살아도 삶의 질이 보장되고 낭만이 있고 교육·문화·의료·주거에 문제가 없어야 고향을 떠나지 않고, 도시민이 이주할 동기가 된다.
다섯째, ‘환대와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주민은 민원 대장이고, 원주민은 지나친 텃세를 부리며 마음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원래 마을에 살고 있던 사람을 존중하고, 마을에 오는 사람을 환대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희망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동체 문화를 살리고 이주민·원주민이 함께할 영역을 많이 계발해야 한다.
지방이나 농산어촌은 단순히 ‘도시민을 위한 힐링센터’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나타난 인간의 존엄과 자유와 평등을 누릴 권리가 농산어촌 주민에게도 있다. 그저 막연한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내야 한다. 도시에 살든, 지방에 살든,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위대하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영원히 지속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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