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말고 해법은 없다…‘열린 사회’ 논의 시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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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로 왔습니다. 기회의 나라 노르웨이 공동체에서는 낯선 이름인 '마수드 가라카니'라는 점이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며, 자신의 노력만으로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지난 2월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한 마수드 가라카니 노르웨이 국회의장이 초선 의원 시절인 2011년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행한 연설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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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조경호
국회의장 정무수석
“저는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로 왔습니다. 기회의 나라 노르웨이 공동체에서는 낯선 이름인 ‘마수드 가라카니’라는 점이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며, 자신의 노력만으로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지난 2월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한 마수드 가라카니 노르웨이 국회의장이 초선 의원 시절인 2011년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행한 연설의 일부다. 이 연설로 그는 일약 스타가 됐으며, 10년 뒤 외국 태생 이민자 최초로 노르웨이 국회의장에 오른다. 마치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인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4년 뒤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40살의 이민자 출신 국회의장. 노벨상과 오로라의 나라로 알려진 노르웨이가 왜 북유럽의 복지국가가 될 수 있었는지 설명해주는 것 같다.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열린 사회 시스템이 노르웨이를 모두가 부러워하는 나라로 만든 기제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또 다른 예화.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인류가 패닉에 빠졌을 때, 기존 백신 제조 방식과는 달리 단백질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mRNA)의 백신을 개발한 과학자들은 튀르키예 이민 2세 부부인 우구르 사힌과 외즐렘 튀레지라는 ‘독일 사람’이었다.
독일은 2021년 합계출산율이 1.58명으로 우리보다 훨씬 높지만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대졸 이상의 외국 전문인력을 차별 없이 받아들이는 ‘유럽연합 블루카드’의 약 80%가 독일에서 발급됐다. 특히 수학·정보공학·자연과학·공학(MINT) 분야 전문가들을 적극 우대한다. 이를 위해 2019년 전문인력이민법을 만들었고, 지난 3월29일 연방내각은 정보기술(IT), 의료·돌봄, 보육 분야 등에서 부족한 숙련 인력의 이민을 용이하도록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2006년부터 지금까지 3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2006년 1.1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0.78명까지 떨어졌다. 우리의 저출생 고령화 대책은 주로 출산율 제고, 노인 고용 확대, 여성 고용률 제고 등의 관점에서 논의돼왔다. 하지만 젊은 인구 비중이 줄어드는 항아리형 인구 구조 속에서 생산가능인구를 늘릴 현실적 방법은 없어 보인다. 설령 신생아들이 현재보다 3배 이상 태어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들이 생산가능인구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15년 이상 걸린다. 노인 취업 인구 비율은 34.1%(2020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인력이 부족한 주요 업종이 제조업, 건설업, 농림어업 등이라 여성 취업률을 확대해도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불균형)로 인해 인구정책으로써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현재 우리는 약 200만명의 이민자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인구 대비 이민자 비중은 2021년 현재 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4.3%에는 훨씬 못 미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저출생 고령화 대책을 얘기할 때 이민의 ‘이응’을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다. 이제라도 인구 위기 대책을 논의하면서 저출생 정책과 함께 확장적 이민정책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민자의 국내 체류 질서 확보, 글로벌 인재의 유입 동기 확대, 이민자와 내국인 간의 갈등 최소화 등 현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다양성과 개방성, 포용성이 힘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토양에서 자유로운 사고가 자라고 창의성이 꽃을 피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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