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車 못들어가니 놓고 갑니다”…‘택배갈등’ 또 터졌다

택배 물품이 쌓인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자 제공]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 이어 이번에는 경기도 수원시에서 아파트 택배갈등이 또다시 발생했다.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이 전면 금지되자 택배 기사들이 문전 배송을 거부하고 아파트 정문에 물품을 놓아둬서다.

안전사고를 우려한 입주자 대표회의는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입장이지만 택배 기사들은 배송 차량(탑차) 높이 때문에 주차장 진입이 불가능하다며 지상 출입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원시의 2500세대 규모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입주의)는 지난 3월 회의에서 긴급차량(소방, 구급, 경찰, 이사, 쓰레기 수거 등)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단지 내 지상 운행을 올해 5월 1일부로 전면 금지하기로 의결했다.

입주의는 입주민들의 보행 안전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면서 ‘택배 차량 운행 안내문’을 통해 택배 기사들에게 지하 주차장(입구높이 2.5ｍ)을 이용해달라고 알렸다.

택배 차량 유도 표시에 따라 움직이면 높이 2.5ｍ 차량까지는 운행이 가능하고, 해당 노선 외에는 차고 2.3ｍ까지만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택배대리점연합(한진, 롯데, CJ, 로젠) 측은 반발했다. 지난달 27일 A아파트에 공문을 보내 “(지상 출입 금지 시) 아파트 구조상 직접 배송이 불가하다”며 “‘택배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생 방안을 만들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측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지난 1일부터 아파트 정문에 택배물품이 쌓여 그대로 방치되는 택배 대란이 발생했다.

이날 이후 A 아파트 정문 근처 보행로 바닥 면에는 동별 표시가 부착됐다. 택배 기사들은 이곳에 택배 물품을 놓아둔다.

한 택배 기사는 “탑차의 높이 때문에 지하 주차장으로 아예 진입할 수가 없어서 배송 물품을 아파트 정문에 놓고 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입주민도 불편을 겪고 있다. 한 입주민은 “택배 수령이 불편한 것도 문제이지만, 분실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택배사 측은 아이들이 학교·유치원에 가 있는 시간만이라도 지상 출입을 허용해주거나 아파트 정문에 택배 보관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택배차 대부분은 높이가 2.5~2.6m가량인 하이탑이나 정탑 차량이어서 지하 주차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아슬아슬하게 진입하더라도 사고 위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탑 차량은 택배 기사들이 똑바로 서서 일할 수 없어 다칠 수 있는데다 물품도 적게 실어야 해 여러차례 배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입주의 측은 단지 내 자동차도로가 없어 지상 운행은 불가하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또 쿠팡, 우체국 택배 등은 모두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는데 택배 4사만 지상 출입을 고집한다고 지적하면서 저탑 차량을 배차하면 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