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당정협의도 무산…2분기 전기요금 조정 ‘시계 제로’(종합)
"한전 사장 사퇴해야" 여당 주도 결정 미룬듯
주무부처 산업부 2차관도 교체…경질 추측도
불확실성 속 한전·가스公 재무위기 이어질듯
[이데일리 김형욱 이유림 기자] 40일을 넘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 논의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황에 빠졌다. 정부·여당(당정)은 11일 오전 협의회를 열어 이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전날인 10일 오후 무산이 확정됐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은 에너지 주무부처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주관하는 2차관을 교체하며 경질성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10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11일 오전으로 추진됐던) 당정 협의회는 열리지 않는다”며 “구조조정 방안 등 한전(한국전력(015760)공사) 자구책 내용도 봐야 하고 급하게 추진할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원래 매 분기가 시작하기에 앞서 연료·원료 시세 추이 등을 고려해 전기·가스요금을 조정해 왔다.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물가 당국인 기재부와의 협의를 거쳐 한전과 한국가스공사(036460)의 조정 계획을 승인하는 형태다.
그러나 현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은 40일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정은 3월 말 협의회를 열어 서민 생활 안정과 추가 의견수렴 필요 등을 이유로 요금 조정을 잠정 연기했다. 당정은 이후 수차례에 걸쳐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요금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으나 아직 최종 결론은 내지 않고 있다.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이 당정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연일 (전 정부가 임명한) 정승일 한전 사장의 조기 사퇴를 포함한 한전·가스공사의 뼈 깎는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당정 협의회 무산도 여당 주도로 이뤄진 모습이다. 산업부와 한전·가스공사 등 관계부처·기관은 11일 오전 7시 반으로 잡힌 당정 협의회를 준비하다가 뒤늦게 취소 사실을 접했다. 여당은 그러나 애초에 당정 협의회를 열 계획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앞선 지난달 2일에도 한전·가스공사와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이를 전날 돌연 취소한 바 있다. 당시에도 당정 협의의 키를 쥔 여당 쪽에서 이 회의 개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부처 장관들은 전날 당정 협의가 막바지 단계라며 곧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9일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을) 지난달 1일자로 결정해야 했는데 한 달간 미뤄졌다”며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당정 간 협의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며 “조만간 당이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해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이나 이념적 환경정책에 매몰해 새로운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조치하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한 바 있다.
한전·가스公 재무위기 길어질듯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 계획이 시계제로 상황에 빠지며 한전·가스공사의 재무위기 상황도 더 길어질 전망이다.
한전은 발전연료비 급등과 정부의 국내요금 억제 정책으로 2021년 5조8000억원, 2022년 32조6000억원의 역대급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12일 발표하는 올 1분기 실적도 5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한전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한 한전채 잔액은 76조원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누적 부채 이자만 연 1조4000억원, 하루 38억원에 이른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역시 12조원에 육박하며 이를 채권 발행을 통해 메우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 에너지 요금이 내리며 앞으로의 추가 적자 부담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한전과 가스공사에 지난 2년간 쌓인 누적 적자(미수금)를 해소하려면, 전기요금의 경우 현재 당정 안팎에서 거론되는 7원/㎾h의 4~5배에 이르는 30원대의 추가 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1년 중 전력 수요가 최대가 되는 올 여름 전에 요금을 충분히 올려야 누적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제언이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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