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급증·흉포화 사실일까, 우려스러운 색안경 [박미랑의 범죄 속으로]
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자극적 사건 좇는 황색미디어의 과장
통계상으로는 노인범죄보다 안정화
고위험 아이들 집중, 맞춤형 대응 필요
'맞짱 한번 깔래?'
꽉 묶인 수갑을 풀어달라는 요청을 경찰이 거부하자 14세 소년이 경찰에게 한 말이다. 그리고 그 소년은 경찰의 배를 걷어찼다. 이는 한 달 전 택시요금을 내지 않아 관내 파출소에 붙들려간 만 13세 소년의 모습이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면서 촉법소년을 향한 사회적 엄벌 논쟁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이런 논쟁 앞에 몇 가지 의구심이 든다. 청소년 범죄는 늘어나는가? 아니다. 전체 소년범죄는 2012년 10만4,808명에서 2021년 5만4,017명이 되었다. 10년 전에 비하여 50%가량 감소했다. 강력범죄 현황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소년의 살인은 2012년 23명에서 2021년 11명으로 감소하였고, 강도는 2012년 851명에서 2021년 178명으로 감소하였다. 다만 성폭력 수는 증가 추세다.
전반적 소년범죄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미디어는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물론 더욱 흉악해진다며 청소년 공포증을 양산해 낸다. 촉법소년에 대한 논의도 유사하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보고된 10~13세 소년의 형법 범죄는 2012년 582명으로 고점을 찍고 2016년 65명, 2017년에는 38명으로 감소하였다. 대략 전체 소년범죄자의 0.1%에 해당되는 수치이다. 사실 소년 범죄의 80%가량은 16~18세 청소년에 의해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는 논쟁의 판에서 10~13세의 문제적 소년이 얼마나 많고, 심각한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나쁜 어린이를 처벌하지 못하는 법의 결함을 메꿔야 한다는 강박에 집착 중이다.
사실 늘어나는 수치가 문제라면 오히려 고령자의 범죄가 심각하다. 2017년에는 만 65세 이상 고령자 범죄자 수가 12만1,686명으로 전체 범죄자 대비 6.5%였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2021년에는 13만6,257명으로 10%를 차지했다. 인구 10만 명당 1,646.1명이 노인 범죄자인 것이다. 절도와 폭행의 증가세가 눈에 띄는 것도 문제이지만 아무도 고령자 집단의 범죄가 증가하며 흉포화된다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처벌의 엄격성이 처벌의 억제력과 큰 상관성을 갖지 못한다는 연구는 이제 범죄학의 상식이 되었다. 소년도 처벌을 받는다. 그것이 성인과 동일한 수준이 아니긴 해도 보호처분도 상당한 처벌이다. 보호처분으로도 최대 2년까지 자유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현재 법으로도 엄중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은 형사처벌을 받으며 이들은 소년교도소에서 지낸다. 전과도 남는다.
소년 비행을 엄벌로 다스린 나라들은 실패를 경험해 왔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하여 형사절차를 따르도록 강제하는 형사이송제도(juvenile transfer)를 다수의 주가 도입하였지만 처벌 강화 이후 소년들의 재범률도 증가하였고 재범기간도 짧아졌다. 영국은 촉법소년의 연령을 10세로 낮췄지만 현재는 교화정책으로 전환하였다.
사회에서 소년 범죄자가 가장 위험한 집단이라면 어떻게든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10~13세의 흉포화가 두드러졌다는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고, 다수 소년의 시시한 범죄가 아닌 자극적인 사건을 기다리는 언론의 황색스러움과 노인의 범죄는 그렇다 쳐도 어린 것들은 감히 그래서는 안 된다는 꼰대스러움에 속아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 심리학자 테리 모핏(Terrie Moffitt)은 범죄자 집단을 소년 시기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과 생애지속 범죄자 집단으로 구분하는 이중경로이론(dual pathway theory)을 제시한다. 어린 나이에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 동물에 대한 잔혹한 학대를 보이는 아이 등은 생애지속 범죄자로 발전해 나갈 위험성이 높다고 보며 이들에 대한 국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모핏의 이론처럼 정말 위험한 소년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국가 관리 계획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며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면 성인에 대한 형벌권 행사보다 더욱 조심히 섬세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 지금의 검사와 판사의 재량에 맡겨진 형사처벌이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형사이송제도처럼 형사처벌대상이 되는 범죄유형과 연령대를 매우 상세하고 명확하게 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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