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봉제 인형이 살아있네"
아이들이 좋아하는 봉제 인형들이 도서관에 모여서 숙박행사를 진행한다고 하면 과연 어떤 내용이 숨어 있을까. 그리고 그 목적이나 의미에도 궁금증이 일 것이다.
일본 도쿄의 네리마(練馬)구의 한 구립 도서관에서 '봉제인형의 숙박회'라는 독특한 이벤트가 열렸다. 봉제인형 숙박회란 그 지역의 어린이가 소중히 여기고 있는 봉제인형을 도서관에 맡기고, 그 봉제인형이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앨범으로 만들어 전해주는 사업이다.
행사 첫날 아이들은 자신의 봉제인형과 함께 도서관이 준비한 책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독서 행사를 마친 후 인형들을 1박 일정으로 도서관에 맡기고 짧은 '이별'을 한다. 이 때 헤어지기 싫어서 울고불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자신의 인형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여기는 아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이제 맡겨진 봉제 인형들은 도서관 직원들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사서들과 함께 책을 보거나 수선을 하거나 원래 있던 장소에 책을 갖다 놓는 일 등 일반적인 직원들의 업무를 함께 진행한다.
물론 정말로 살아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 직원들이 연출한대로 모델 역할을 하며 촬영에 임하는 것이다. 이렇게 작업된 사진들은 각각 아이들을 위한 개인 앨범으로 제작돼 다음날 인형들과 재회하는 시간에 선물로 전해진다.
이 때 아이에게 "이런 책을 당신의 봉제인형이 선택해 주었습니다"라며 책을 같이 소개하기도 한다. 자신의 봉제인형이 나를 위해 선택해 주었다고 함으로써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봉제인형을 통해서 도서관에 흥미를 가지거나 동화책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봉제인형이 도서관에서 정말로 살아서 일하고 있고, 다른 봉제인형들과 친구가 돼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사진 앨범으로 만들어져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상상력을 만들어줘서 독서를 친근한 습관으로 안착시켜 평생 독서량을 늘려준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네리마구 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 도서관에서 진행중이다. 도서관 마당이 꽉 차버릴 정도로 대인기이고 이를 계기로 어린이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모든 공간이 좁은 일본이지만 공공기관의 도서관만큼은 꽤 넓은 공간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지자체 도서관마다 어린이 전용 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목적으로 여겨진다.
한편 봉제인형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빠뜨릴 수 없는 분야라는 것을 증명하는 곳도 있어 화제다. 도쿄의 치요다(千代田)구에 있는 봉제인형 전문 병원인 '모리노미야코나츠미 클리닉'이 그 곳이다.
이 클리닉은 봉제인형만 전문으로 수선하는 곳이지만 사람을 치료하는 개념을 도입한 '전문병원'의 컨셉트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단지 수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봉제인형을 치료하는 개념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관련 전문학교를 졸업한 스탭 7명이 월 '100명의 인형환자'를 수용하는데 지금 의뢰하면 10개월을 기다릴 정도로 '인산인해'다. 안솜의 교환 및 추가, 목욕 에스테틱 치료, 스트레이트 교정, 피부 윤기 확보 등 제대로 된 치료와 수술을 진행한다.
택배로 보내는 보호자도 있지만 직접 방문해 상담하고 진행하는 인형 보호자도 꽤 된다. 최근에는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의뢰가 늘고 있는데 중국, 한국, 대만 등 아시아를 떠나 멀리 유럽 고객도 있는데 해외 의뢰 고객들은 택배로도 보내지만 직접 일본으로 여행을 와서 치료를 맡기는 케이스도 있어서 인바운드 관광 효과도 창출하고 있다.
최근에 봉제인형과 함께 촬영해 SNS에 올리는 어른들이 많아지는 등 봉제인형을 소중히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더러워진 인형을 수선하고 싶어서 의뢰가 늘고 있다. 조부모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수십년 된 인형, 게임 센터 등에서 상품으로 받은 인형 등 다양한 고객들이 늘고 있다.
반려견, 반려묘들이 가족의 일원이 된 것처럼 봉제인형도 가족과 같은 존재라는 의미를 부여해 성공한 좋은 사례다. 국내의 한 공중파 관찰 예능을 통해 국민 인형으로 부상한 '윌슨'도 K-봉제인형으로 뜨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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