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상혁 면직 절차 착수···방통위에 청문 개시 통보

강한들·김윤나영 기자 2023. 5. 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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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0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출범 1주년인 10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한 위원장을 기소한 지 8일만이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혁신처는 한 위원장에 대해 관련 청문 절차가 시작됐다는 내용의 등기를 방통위로 발송했으며 해당 등기는 이날 방통위에 접수됐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향신문 기자의 관련 질의에 “(등기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 위원장을 상대로 소명을 듣는 청문 절차를 거쳐 면직 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인사혁신처가 면직을 결정해 제청하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중요한 기관장이 기소를 당했기 때문에 정부 관련 부처로서는 당연히 해야 될 법적 조치들을 하고 있는 과정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 초반부터 3년 임기가 보장된 한 위원장에 대한 전방위적 사퇴 압박을 해왔다.

대통령실은 관례적으로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던 방통위원장을 회의에 부르지 않았다. 지난해 6월초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새 정부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라며 한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통위의 신년 업무보고를 서면으로 대체했다.감사원은 지난해 7월 착수한 방통위에 대한 정기감사를 아직도 마무리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여권의 한 위원장 사퇴 공세는 거세졌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종편 재승인 점수 조작 관련 혐의로 기소된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거론한 후 “정부 기관은 전 정권 충신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숙주가 아니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날 “자신을 임명해준 문재인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몽니를 부리며 자리를 보전하는 방통위원장 하나 때문에 국민 세금이 탕진되고 있는 꼴을 국민이 더이상 지켜볼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새로운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stance)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를 하라”고 주문했다.

검찰도 방통위를 정조준했다. 검찰은 이날 경기방송 재허가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방통위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검찰은 한 위원장의 TV조선 재승인 의혹과 관련해 방통위를 네 차례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3월 한 위원장을 불러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 2일 한 위원장을 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부는 이런 혐의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 사유라고 보고, 면직 요건에 부합하는지 법률적 검토를 진행해 왔다.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 면직 절차 개시에 대해 “정무직 공무원의 경우에 그런 절차가 없다”면서 “일반직 공무원과 똑같이 징계 절차를 한다면 정무직 공무원들도 징계에 불복해 재심 청구, 소청 청구 등의 구제 절차가 있어야 하는게 (법적으로) 그런 구제 철자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검찰이 정부조직인 중앙행정기관을, 더구나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독립적 운영을 현행 법령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관을 이렇게 집요하게 압수수색을 반복한 사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비판적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집권여당의 방통위 장악 시도는 윤석열 정권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한 위원장 면직 절차를 개시하면서 차기 방통위원장 하마평도 무성하다. 김홍일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김후곤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거론된다.

정부가 임기가 석달도 남지 않은 한 위원장 ‘찍어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을 두고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7월 말까지다. 홍성국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무직과 공공기관장을 검찰과 감사원 등을 동원해 갈아치우는 것도 모자라 공무원을 입맛대로 움직이려는 태도는 복지부동만 낳을 것”이라며 “바뀌어야 할 사람은 대통령 본인이란 것을 아셔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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