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교민, 자폐 자녀 있다고 영주권 거부돼…3만명 청원끝 승인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성재군 사연/사진=연합뉴스

한인 교민 가족이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를 뒀다는 이유로 호주 이민국의 영주권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3만명이 넘는 온라인 청원이 이어지면서 영주권을 받게 됐다고 호주 공영방송 SBS가 오늘(10일) 보도했습니다.

한인 교민 양유진 씨 가족은 2013년부터 호주에서 거주 중입니다. 당시 양씨는 남편, 생후 3개월 된 딸과 호주로 이민 왔고 2014년 호주 브리즈번의 한 병원에서 둘째인 성재 군을 낳았습니다.

양씨 가족은 호주로 이민 온 지 8년이 되자 2021년 7월 영주권 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호주 이민국은 둘째 성재 군의 자폐 진단 등 각종 의료 기록을 문제로 영주권 발급을 거절했습니다.

이들 가족은 호주 정부의 결정에 대해 행정 재판소에 항소했지만 기각되면서 호주를 떠날 위기에 놓였습니다.

호주 이민법에 따르면, 당국은 영주권 신청자의 건강 기록을 확인한 뒤 건강상 이유로 영주권 승인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사회보장으로 감당해야 하는 예상 치료비를 산정하고, 영주권 신청자가 호주에 가져다줄 이득을 따져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영주권 발급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 조항은 장애인 등을 부당하게 차별한다는 비판에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민부 장관 재량으로 영주권을 내줘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 운동이 일었습니다.

온라인 청원 운동이 시작되자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습니다. 청원에 서명한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가져올 경제적 부담이 과대평가 됐을 수 있다", "지난 10년간 가족이 기여한 공로와 향후 기여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런 청원에 힘입어 양씨 가족은 지난 8일 영주권을 얻게 됐습니다.

양씨는 "세상은 여전히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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