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부활한 敎主 최제우 보려면 헌금 하시오"

2023. 5. 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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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순교한 천도교 창시자 '60년만에 부활' 황당사기 700원으로 5000원 편취한 우편저금 범죄도 발생 위조지폐·집세·비행기 대리구매 등 유형 다양해 'SG발 주가폭락'처럼 100년 흘러도 여전히 횡행

전세 사기(詐欺), 주가 조작에 민심이 뒤숭숭하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조직적인 전세 사기로 피지도 못한 젊은 목숨이 세상을 비관하며 목숨을 끊었다. SG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의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가 지게 될 것 같다. 100년 전에는 어떠한 사기가 횡행했을까. 100년 전 그때로 떠나보자.

1923년 5월 31일자 동아일보에 '60년 전에 순교(巡敎)한 최수운(崔水雲)이 부활'이란 깜짝 놀랄만한 기사가 실려있다. "지난 5월 28일부터 천도교 김순원(金純元), 권병덕(權秉悳) 등의 주선으로 죽었다가 살아났다 하는 천도교조 최제우(崔濟愚) 선생의 제100회 탄생 기념 축하연을 열고, 모여드는 교도에게는 한 사람 앞에 평균 1원가량의 헌금을 받고 14명씩 반을 나눠 소위 재생(再生)하였다 하는 최제우 선생에게 참배를 시켰다. (중략) 이 풍설을 들은 천도교 중앙총부에서는 차상찬(車相瓚)씨 이외 30여명이 축하식 현장에 몰려갔다. (중략) 일반 청중은 겨우 자기들이 속은 줄을 알고 울분하는 중에 차상찬씨가 나타나 '어디 정말 최제우씨가 살아계시면 당자(當者)에게 나서서 한 마디 말이라도 하게 해 달라'하며 '최제우씨가 정말 부활하셨으면 물과 불을 두려워 아니 하실 것이니 화로에 손을 좀 태워보라'는 등 여러 가지 비난과 공격이 끝을 이어 일어나더니, 극도로 분개한 차상찬씨는 요리상을 들어 최제우라는 노인에게 부딪혀 자칭 최제우라는 노인은 온몸에 음식 투성이를 하였다."

1864년에 사망한 천도교 창시자 수운(水雲) 최제우가 부활했다고 엉터리 축하식을 거행하다가 이렇게 대소란이 일어난 것이었다. 이 사건은 권병덕(權秉悳·59)이란 사람이 이상룡(李相龍·60)이란 노인을 이용하여 자칭 100세로 천도교의 제1세 교주 최수운이 부활한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말로 세상을 속이려고 벌인 사기로 밝혀졌다.

1923년 6월 1일자 동아일보 지면에도 비슷한 기사가 보인다. '유령회사의 간판을 걸고 통신을 이용한 대 사기'라는 제목의 기사다. "경의선 사리원에서는 근래 큰 사기 사건이 생겼는 바, 송종철(宋鍾喆·28)과 장길원(張吉源·27) 등 2명이 금년 4월 9일에 사리원에 와서 지내며 서선무역사(西鮮貿易社)라는 조그마한 간판을 걸고 (중략) 자기들의 성공이 차차 좋아감을 기회로 삼아 가지고 (중략) 대서특서(大書特書)한 간판을 걸고 사무실도 완전히 설비한 후 엽서와 봉투에는 10여 곳에 출장소를 둔 모양으로 인쇄를 하여 큰 상점으로 물건을 청구하였으므로 의심 없이 값진 잡화를 보내었는데 그 자들은 물건이 오기가 무섭게 싸게 팔며 혹은 다른 곳으로 모두 갔다가 팔아먹던 중 (중략) 손해 본 것은 아직 알 수가 없으나 모두 값진 물건인 고로 수천원인 모양이며 사무실에 설비한 탁자와 모든 것도 외상으로 한 것이라는데 시내에서 손해 본 사람도 많다더라."

금융사기 사건을 다룬 기사도 보인다. 1923년 6월 1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700원으로 5000원을 편취(騙取)한 교묘한 우편저금 사기범'이란 제목의 기사다. "본적 주소가 미상(未詳)한 이흥준(李興俊) 등 7명은 공모하여 저금통장을 위조한 후 시내 각 우편국소를 속여 금전을 사취한 기묘한 신안(新案)의 사기 사건이 발생하여 (중략) 먼저 이흥준은 저금통장을 위조하여 시내 각 우편국소로부터 돈을 사취하기로 계획하여 (중략) 700원을 만들어 각 우편국소에 저금하여 다수한 통장을 얻는 동시에 저금통장의 액면액을 변조하여 (중략) 경성우편국 광화문 통의동, 관훈동, 번정 5정목, 종로 2정목, 황금정 2정목, 황금정 3정목 등 각 우편소로부터 합계 5030원을 편취하여 각각 분배한 후 그 돈으로 유흥비와 인천 미두취인까지 하였었는데..."

위조지폐 사기 사건도 찾아볼 수 있다. "고용태(高容泰·32) 등 5명은 작년 겨울부터 공모하여 고물상으로 다니며 여러 가지 기계를 모아다가 이상한 기계를 꾸며 놓고 (중략) 기계 속에다가 진정한 1원짜리를 넣었다가 한 번 돌리고 나서는 지폐를 꺼내 보이며 이와 같이 교묘한 성적을 얻었다고 한다."(1923년 6월 3일자 동아일보)

웃어야할 지 울어야할 지 모를 사기 사건도 눈에 띈다. '집세를 떼먹고자 아내를 때린 자'라는 제목의 1923년 6월 2일자 매일신보 기사다. "대구부 명치정 신성식(申成植)이라는 자는 집세가 여러 달 분이 밀려 주인으로부터 독촉을 당하므로, 무슨 칭탈을 하여 집세를 떼먹고자 여러 가지로 연구한 결과 그 아내 이달금(李達今·17)과 공모한 후, 신성식은 아내 되는 이달금을 집주인 윤동선의 면전에서 구타하며 말하기를, '네가 윤동선과 간통치 아니 하였느냐'고 수죄(數罪)를 함에 이달금은 '간통한 사실이 있다'고 엉터리 없는 자백을 함에 신성식은 윤동선에게 무수한 욕설을 하고 '간통죄로 경찰서에 고소하겠다'며 위협을 하여 집세를 지불치 아니 할 흉계를 꾸민 것이 발각되어, 신성식은 경찰서에서 엄중한 취조를 받는 중이라더라."

비행기 사기 사건은 씁쓸한 웃음을 금치 못하게 한다. "평안남도 영원군에 사는 농민 하나는 집안 식구를 모두 데리고 신의주로 이주를 하게 되었는데 (중략) 이때 김모(金某)라는 청년이 그 농민을 보고 비행기에 가정 집물과 가족들을 싣고 신의주로 직행하면 반나절도 걸리지 않을 못할 터이니 두말할 것 없이 비행기를 한 채 사라고 했다. 농민은 그 청년에게 현금 150원을 주며 비행기 한 채 사다 주기를 청하였다. 그 돈을 받은 후 청년은 비행기는 고사하고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1923년 5월 28일자 동아일보)

지식을 응용하는 범죄자가 날로 늘어가는 모습이다. 신종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그것이 자기들의 새로운 기술이라고 자랑할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쌓이는 악업(惡業)과 피해자의 원한(怨恨)을 어찌 다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지식으로 또 얼마나 많은 새로운 사기가 나타날지 걱정이 앞서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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