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 지상 출입 막은 수원 아파트, 정문에 쌓여가는 택배상자

김명진 기자 2023. 5. 10. 18: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2586세대 아파트 정문. 수백개에 달하는 택배 박스가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다. 최근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에서 ‘안전’을 이유로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자 택배기사들이 문전 배송을 거부하며 놓고 간 물건들이다. 2018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 벌어졌던 ‘택배 대란’이 재현된 것이다.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택배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10일 힐스테이트푸르지오수원 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지난 3월 소방, 구급, 경찰, 이사, 쓰레기 수거 등 긴급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단지 내에는 보행로만 있고 자동차도로가 따로 나 있지 않아서, 지상으로 차량이 이동하게 되면 안전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4월 한 달 간 유예기간을 거치면서 택배기사들에게 ‘택배 차량 운행 안내문’을 배부했고 이달 1일부터는 전면 금지했다”고 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지하를 통한 배송이었다. 아파트 지하에 무인 택배 보관함을 설치했고, 따로 표시해 둔 노선을 따라 택배 차량이 이동하게 되면 2.5m 높이 차량까지는 통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본래 2.3m로 설계돼 있던 지하 주차장 높이를 택배차량의 지하 이동을 돕기 위해 0.2m 높였다고도 설명했다.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택배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한진, 롯데, CJ, 로젠 등 일부 택배사들은 반발했다. “보통 택배 차량 높이는 2.5~2.6m라서 지하주차장 출입이 어렵다”며 다른 방안을 달라고 했다. “아이들이 학교·유치원에 가 있는 일부 시간대만이라도 지상 출입을 허용해 달라”고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예고가 된 사안이고, 한 달이라는 유예 기간도 거쳤다며 입주자대표회의 측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이달 초부터 이 단지 아파트 정문에 택배가 쌓이게 된 것이다. 택배기사들은 현관 앞 배달 대신, 정문 근처 보행로 바닥 면에 동별 표시를 한 뒤 택배를 그곳에 두는 것으로 배달을 끝낸다. 주민들은 의견은 반반으로 갈린다. ‘그래도 안전이 중요하다’는 의견과 ‘택배사 입장이 이해가 된다’는 입장이 맞선다고 한다.

앞서 정부는 2018년 다산신도시 택배 대란이 발생하자 지상공원형 아파트에 한해 지하주차장 입구 높이를 2.7m로 상향하는 조치를 했다. 그러나 이는 2019년 이후 설계 허가를 받은 단지부터 적용된다. 힐스테이트푸르지오수원 등 기존 단지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