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인상안 급제동…'당정협의 취소·2차관 교체' 숨죽인 산업부

심언기 기자 2023. 5. 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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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기재부-산업부 이견차 '숨고르기'…대통령실 전격인사 배경 주목
에너지·원전정책 사령탑 교체는 신호탄?…간부·산하기관 줄인사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2022.7.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한달 넘게 지연되고 있는 2분기 전기·가스요금 결정이 또 다시 미뤄졌다. 정부여당은 오는 11일 요금 인상폭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당정협의를 취소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이견 추가조율이 표면적 이유지만 에너지요금 정책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이슈 핸들링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정치권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는 내일(11일) 오전 국회에서 열기로 한 당정협의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이에 따라 2분기 전기·가스요금 결정은 이번 주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정은 kWh당 10원 미만, 7원 안팎의 전기요금 인상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최종 인상폭을 두고 물밑협의를 지속해왔다. 다만 7원 이하의 소폭 인상을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10원 안팎은 올려야 한다는 산업부 간 이견차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당정협의 예정 하루 전인 이날까지도 요금 인상폭에 대한 최종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기재부와 산업부 간 인상폭을 두고 의견차가 있어 조금 더 논의할 필요가 있어 당정협의가 미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정협의 연기는 요금 인상폭에 대한 부처간 이견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여당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물밑조율로 잠정 확정한 당정안(案)과 대통령실 간 인식차가 당정협의 취소 배경이 됐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또한 국민 생활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요금 인상 결정의 파급력에 대한 숙고와 더불어 경제 이슈 전반이 전기요금에 매몰되는데 대한 불편한 기류 등이 종합적으로 감안됐다는 해석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급작스러운 당정(협의) 취소는 용산(대통령실)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란을 조기 진화하지 못하고 도리어 이슈를 키워 정권 지지율과 여당에 부담을 줬다는 점에서 산업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정협의가 잠정 연기되면서 이번 주 중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결정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해졌다. 다만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부채상황이 심각한 만큼 요금 결정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모습. 2023.5.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특히 당정협의 개최 사실이 전해진 뒤 산업부 2차관 전격 교체에 이어 당정협의까지 돌연 취소된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문책성 메시지가 저변에 깔려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간 여권을 중심으로 에너지요금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 2차관이 전 정부측에 더 가까웠던 인사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관가에서는 지난 겨울 '난방비 대란' 사태에 이어 전기요금 이슈까지 연일 불거지면서 2차관 교체설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같은 배경 속 에너지정책과 원전산업 전반을 총괄하는 2차관에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강경성 산업비서관이 임명된 것은 전기·가스요금 이슈대응과 관련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강하게 질타한 탈원전 정책 폐기에는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산업부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고위급 대상 줄인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여당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에 동조한 이들 중 상당수가 정권교체 이후에도 실·국·과장급에 포진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한다.

아울러 산하기관 및 각종 위원회 대상 인사교체 작업도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지난 정부에서 차관을 지낸 정승일 한전 사장은 여권에서 공개적으로 사퇴 목소리가 분출, 거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전기요금 이슈를 기점으로 전기위원회 개편도 주목된다. 현재 전기위원회는 심의만 할 뿐 요금 결정권은 갖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외압에 원칙 없이 휘둘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창양 장관은 전기위원회 등 요금 결정구조 독립화를 위해 입법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여권은 전기위원회 비상임위원 7명 중 3명이 전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점에서 전기위원회에 힘을 싣는 입법화 이전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크게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구조이지만 전 정부 인사들이 포진한 전기위원회에 힘을 실어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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