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대신 내이름 넣어"…'이스타항공 채용비리' 몸통 숨기려 했나

김유상 전대표, 추천인란 '1→이상직→김유상'으로 수정 지시
"이 전 의원 등 토익·신체점수 미달자 합격시키라는 지시도"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의혹을 받는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14일 전북 전주시 전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전북사진기자단 공동취재) 2022.10.14/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김유상 전 이스타항공 대표가 추천인에 이상직 전 의원을 지칭하는 '1번' 또는 '실명' 대신 본인 이름을 넣으라고 인사팀에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0일 채용비리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전 국회의원, 김유상·최종구 전 대표에 대한 속행 공판이 전주지법 형사제4단독(부장판사 김미경)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는 인사팀장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A씨는 이 사건이 발생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이스타항공 인사팀장으로 근무한 인물이다.

검찰은 A씨에게 지원자 추천인란에 이상직 전 의원의 표기 방식이 수차례 달라진 경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A씨는 "처음에는 인사담당자가 임의로 이상직 전 의원을 '넘버원', '보스'라는 의미로 추천인란에 '1'이라고 표기했었다. 2016년 제가 인사팀장으로 온 후부터는 실명으로 썼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이듬해 부임한 김유상 당시 미래전략실장이 실명을 쓰는 건 나중에 문제될 수 있다고 차라리 자신의 이름으로 표기하라고 해 그렇게 바꾸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회사 내에 추천인 제도가 있었지만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며 "결과적으로 합격자 공식 결재 문서에는 추천인 이름을 삭제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직원 채용과 관련해 당시 대표이사가 최종구였음에도 김 전 대표(당시 미래전략 실장)와 주로 논의한 이유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이에 A씨는 "(회사와 관련한) 중요한 사안이나 지원자 합격 처리와 관련해서는 소통 채널이 김유상 실장 한 명으로 통했다"며 "이 전 의원이 김유상 실장을 통해 주로 소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너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부서를 옮기거나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실제 그런 사례를 본 적은 없지만 조직 문화를 따라야 한다는 내부 얘기를 듣고 움직였다"고 했다.

A씨는 이 전 의원 등의 지시를 받고 서류전형부터 토익 점수나 신체 점수가 미달한 지원자도 합격 처리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서류전형에서 아주 현저하게 미달되지 않으면 1차 면접까지는 합격시키자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며 "어느 정도 인원까지 올릴지는 인사팀에서 자율적으로 올린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6월 12일에 열린다. 이날 재판에서는 당시 인사담당자 등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진다.

한편 이상직 전 의원 등은 지난 2015년 11월~2019년 3월 기간 이스타항공 직원 600여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청탁받은 지원자 147명(최종 합격 76명)을 합격시키도록 인사 담당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iamg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