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어봅시다] 청년희생땐 펄펄 끓더니… 채권매입에 발묶인 전세사기특별법

이미연 2023. 5. 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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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피해자 극단적 선택에 촉발
여론 들끓어 곧 제정될듯하더니
3번째 심사서도 국회 합의 못내
채권매입·피해자 범위놓고 대립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시위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런 '초대형 전국 전세사기 광풍(?)'은 그 어느 정권도 만나지 못했다. 그나마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아니 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피해의 잔불은 여전히 그 기세가 등등하고,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더 큰 사고들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특별법의 모래시계는 그리 넉넉하게 남아있지 못한 상태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2~4월 석달 간 미추홀구 일대에서 20~30대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며 촉발됐다. 앞서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던 부분이 한계였다. 당시 한 피해자의 유서에는 "(전세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고 적혀있었다. 여론은 들끓었다. '벼락치기'를 해서라도 당장 만들어질 것 같았던 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세번째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안 심사에 나섰지만, 여야는 임대채권 매입이나 피해자 범위 등의 이견이 여전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오는 16일로 합의를 한번 더 미뤘다.

앞서 지난 1일과 3일 소위회의에서는 김정재 국민의힘(정부여당안)·조오섭 민주당·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특별법안 3건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다른 합의를 찾지 못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3일 △공공에서 주택 경·공매 대리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부여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은 LH의 최장 20년간 시세의 30~50% 수준에서 장기 임대 등의 방안을 담은 수정안을 내놨다. 그나마 한발 더 물러선 셈이다.

같은 날 야당수정안도 제안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소액보증금 우선변제제도의 특례를 특별법에 추가해 피해자의 보증금 일부를 보전하거나, 이 안이 어렵다면 피해자가 경매 등 수단으로 보전받은 금액과 소액보증금 우선변제액만큼의 차액을 국가나 지자체가 보전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야당은 보증금 채권 반환이나 이에 상응하는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들은 특별법에 '보증금 채권 매입'을 포함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시간이 좀 더 소요되더라도 여야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다양한 피해사례를 포함하는 특별법을 제정해달라"며 피해자를 폭넓게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이라 문제는 이렇게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오게된다. 전세사기 피해사례가 너무 다양하고 제각각이다보니 그 누구도 '특별법'이 특별치 않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도 특별법에 대한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확실치 않은 상태다. 일단 법이 통과된다면 일부 피해자는 대출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겠지만, 피해자 모두가 해당 지원을 받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실제 피해자 개개인별 보증금 규모는 물론 확정일자 유무 및 시기 등의 세부 피해 사례가 천차만별인 상황이라 피해자가 확실해보여도 피해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미추홀구 피해자만 봐도 30% 정도는 소액임차인 대상이 되지 않는다. 누구도 만족하지 못할 '전세특별법 딜레마'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특별법이 통과된 뒤 실효성이 커지려면 국토부와 LH 등이 우선매입권 등을 활용한 전략을 잘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한 전문가는 "전세는 기본적으로 사인간의 계약이라 정부가 지원해주는 부분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집값이 오르면 다 해결된다'는 극단적인 해결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전세사기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 상태다. KB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세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이후 계약된 전세건의 만기가 도래하는 올해에는 전세계약 갱신 시 보증금 반환 이슈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오후 여야는 소위에서 서로 충분히 의견을 내놓고 반론없는 조항들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특별법'으로 커버할 수 있는 피해자부터 지원하는 속도를 내는 쪽으로 방향이 세워졌다면, 중장기 과제는 국토부 등이 충분히 역할을 하도록 지켜봐야하는 단계로 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특별법으로 끝낼 생각은 아니다. 이미 국토부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전세사기 피해지원 준비단'을 준비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얼마 전 "중장기적으로는 깡통전세가 나올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고치는 큰 틀의 제도 개선도 고민하겠다"며 "이 고비를 수습하고 나면 갭투자나, 보증금을 일단 다른 데 쓰고 다음 임차인에게 돌려받는 제도 자체에 손을 댈 생각"이라고 특별법 다음 수순인 제도 자체에 손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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