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쏜 건 내가 아냐”...대전 은행강도살인범 이승만 2심 재판서도 혐의 부인
“은행 직원에게 총을 쏜 건 제가 아닙니다.”
22년 전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의 주범인 이승만(53)이 항소심 재판에서도 “권총을 쏴 은행 직원을 살해한 것은 내가 아닌 공범 이정학(52)”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강도살인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승만 측은 10일 대전고법 형사1부(재판장 송석봉)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일부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이같이 진술했다.
이승만 측은 이정학에게 강도 범행의 습성이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이정학이 주요 용의자인 ‘21년 전 전북 전주 백선기 경사 피살 사건’의 수사 자료를 증거 자료로 제출하려 했으나,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이뤄지지 못했다.
이승만 측은 대신 증인신문을 다시 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이정학은 “저는 선처를 바란다거나 형량을 낮출 생각은 없다. 이승만이 권총을 쏴 살해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만큼 항소심에서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2심 재판부는 이정학에게 선고된 1심 양형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강도살인의 법정형이 사형이나 무기징역인데, 원심에서는 이정학에 대해 유기징역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면서 “정상 참작으로 최종 선고형이 결정된 것으로 보이나, 유기징역형은 잘못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쌍방이 양형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병역을 마치지 않아 총기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이정학과 달리 이승만은 수색대대 군 복무를 마쳐 총기 사용이 익숙하고 실탄 사격 경험도 풍부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승만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이정학에게는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승만 측은 ‘총을 쏜 것은 이정학이며, 21년 전 벌어진 백선기 경사 사건의 진범도 이정학’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 주장이 엇갈렸다.
이들은 지난 2001년 12월 21일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차를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은행 출납과장 김모(당시 45세)씨를 권총으로 쏴 살해하고, 3억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사건 발생 21년 만인 작년 8월에 검거됐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은 다음달 21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승만은 1심 선고 나흘 전인 지난 2월 13일 전북경찰청에 “전주 백선기 경사 살해 사건 범인이 이정학이며 사라진 총기 위치를 알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승만은 “울산시내 한 숙박업소 화장실 천장에 권총을 숨겼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이 수색한 결과 38구경 권총 1정이 발견됐고, 이 권총은 2002년 9월 20일 0시50분쯤 전북 금암2파출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백선기 경사가 소지했던 총과 일련번호가 일치했다. 이승만은 “이정학이 전주에서 경찰관을 죽이고 권총을 가져와 숨겨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반면 이정학은 “이승만이 경찰관을 죽이고 권총을 숨겨달라고 했다”며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은 전북경찰청에서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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