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대형주 또 거품 논란… "고평가" vs "성장성 여전"
수익 대비 주가 과도하게 올라"
"현금 능력·부채 측면 안전자산
비싸다기보다 싸지 않은 수준"
■"美 초대형주, 수익 대비 고평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9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46% 하락한 4119.1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63% 낮은 1만2179.55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지난해 1월 4800선까지 육박하며 고점을 찍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인상으로 그해 10월 3500선이 붕괴된 바 있다. 현재는 4000선을 하방 지지선으로 주가가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벌어 들이는 수익과 비교하면 지금 지수도 높다는 지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이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28일 기준 18.45배를 기록했다. 4월부터 12개월 선행 PER가 18배를 넘어가면서 52주 신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금리,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실질 금리로 회귀 분석해 살펴본 S&P500의 적정 PER는 16배 후반 수준으로, 10% 가까이 고평가됐다는 결론"이라라며 "과거 경험에 빗대면 현재 통화정책 여건과 기업의 성장성은 18배에 안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거시적 시각에서 자연히 가격 부담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석훈 키움증권 리테일총괄본부 부장은 "제조업이나 유통업 기업들이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가이던스를 낮추는 실정"이라며 "에어비앤비도 실적은 좋았지만 가이던스를 낮추다 보니 주가가 빠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S&P500 등 뉴욕증시가 수익 대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빅테크 중심의 초대형주에서 이유를 찾는다. S&P500의 시가총액 27%를 차지하는 상위 10개 기업의 PER는 26.5배다. 이들을 제외하면 S&P500의 12개월 선행 PER는 16.5배로 낮아진다. 상위 10개 종목과 이외의 종목 간 PER 격차는 60%에 이른다.
김성환 연구원은 "초대형주 이외 종목들의 PER는 지난 10년 평균 수준"이라며 "초대형주가 홀로 차별적인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으면서 전체 시장의 PER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석훈 부장은 "'고밸류'라고 보기는 좀 그렇다"며 "이전보다 저렴해졌지만 다른 종목과 비교하면 아직 싸지 않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실적 아닌 가이던스 체크해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수익'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가이던스와 현금, 부채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안석훈 부장은 "많은 기업들이 가이던스를 낮추는 상황에서 빅테크기업들은 아마존 정도를 제외하고는 가이던스가 아직도 좋은 편"이라며 "감원 조치 등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초대형주들은 현금 창출력과 부채 부담 측면에서 안전자산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신용등급은 AAA로 미국정부(AA+)보다 높다. 시가총액 3대장으로 불리는 애플과 알파벳도 미국정부와 같은 수준이다. 아마존(AA), 메타(A+), 엑손모빌(A+) 등도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김 연구원은 "정부 부채한도 협상과 은행 위기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초대형주들이 리스크 프리미엄의 상승은 피해가고 국채금리 하락만 누리면서 높은 밸류에이션이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밸류를 지나치게 걱정하진 않아도 되지만 아직까지 주식 비중을 늘릴 필요는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안 부장은 "올해는 금리인하가 아닌, 금리인상 중단에 중점을 두고 포트폴리오 조정을 해야 한다"며 "가이던스가 나쁘면 빠르게 손절하고, 다른 자산을 매수하거나 현금 보유를 가져가면서 흐름을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긴축 후반부에 증시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핵심변수는 금리가 아닌 주당순이익(EPS) 등의 성장성"이라며 "경기 방향성과 실적 반등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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