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장은 “몸과 마음이 치유…산은 선물 같아요” [셀럽들의 7330]

양형모 기자 2023. 5. 1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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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와 산.

장은은 "그것이 나의 산에 대한 첫사랑"이라고 했다.

이날부터 장은은 아침에 일어나면 산을 향해 차를 몰았다.

장은은 성악가 후배들에게도 등산을 꼭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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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때 홀로 찾은 북한산
편안해진 마음…강하게 꽂혔죠
예술가로서 나를 바라보는 시간
튼튼한 체력까지, 종합선물이죠
성악가와 산.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듯, 기묘한 조합이다.

메조소프라노 장은은 ‘예술가인가, 산악인인가’ 헷갈릴 정도로 산에서 자주 발견된다. 그의 인스타그램은 산에서 찍은 사진으로 그득하다. ‘산을 사랑하는 성악가’로 방송에도 다수 출연했다.

사실 그는 원래부터 운동체질이었다. 연세대 음대 재학 시절에는 ‘성악과 학생은 동아리 활동 금지’라는 불문율을 깨고 응원단에 몰래 들어가 치어리더로 활동했을 정도다. 응원단 선발 오디션에서 “함성발사!” 주문에 소프라노 발성으로 고음을 시원하게 내질러 심사위원들을 경악시켰다고 한다.

라이벌 고려대와의 정기전이 열린 잠실 주경기장 응원단상에 장은이 치어리더 복장으로 나타나자 성악과 교수님들과 선배, 동기들 또한 경악하고 마는데….

독일 유학 후 귀국해 성악가로 활동하던 장은에게 위기가 닥친 건 코로나 팬데믹의 시작. 공연 스케줄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장은 역시 다른 예술가들 대부분처럼 설 수 있는 무대가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일도 없고, 사회 분위기도 흉흉하고. 우울하던 중에 문득 ‘아, 산에 가고 싶다’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혼자 오르게 된 산은 북한산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종로, 불광동 방면이 아닌 우이동 도선사 코스를 선택했다. 비가 내린 뒤라 하늘은 잔뜩 낮아져 있었다. 멀리서 불경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럽던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머리가 가벼워졌다. 장은은 “그것이 나의 산에 대한 첫사랑”이라고 했다. 이날부터 장은은 아침에 일어나면 산을 향해 차를 몰았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북한산을 올랐다. 하산 길에는 종종 방학동 도깨비시장에 들러 좋아하는 음식을 사먹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차츰 치유되면서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더라고요. ‘내가 해볼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무대가 없으면 내가 무대를 만들면 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느낀 것들을 글로 쓰고, 사진을 찍고, 산에서 노래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산중 영상편지도 많이 썼다. 진솔한 그의 글과 사진, 영상들에 사람들이 공감하기 시작했다. ‘산에서 노래하는 성악가’의 존재는 빠르게 세상에 퍼져나갔고, 뜻하지 않은 인터뷰 요청에 방송출연 제의까지 왔다. 그가 만든 ‘무대’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길고 지루했던 코로나 팬데믹 터널의 끝이 보이면서 공연계도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장은이 예술가로서 서는 무대도 늘고 있다.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산에 대한 그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 “지방에서 공연이 있을 때면 맛집보다 그곳의 명산을 먼저 검색해 봐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태백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을 한 다음날 아침에 동료들 다 서울 보내고 혼자 태백산에 올랐던 때네요. 고창 선운산도 참 좋았고요.”

장은은 성악가 후배들에게도 등산을 꼭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호흡이 길어지고 체력을 기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예술가로서 자신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산을 오르다보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으면서 마음이 비워지고, 그렇게 비워지다보면 진짜 중요한 게 보이게 되더라고요. 산은 언제나 제게 선물, 그것도 종합선물세트를 줍니다. 여러분도 꼭 받아 오세요!”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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