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법정에 서는 '일본 위안부 변호사'...'국가면제' 뒤집을까

[앵커]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인 변호사가 내일(11일) 우리 법정에 증인으로 설 예정입니다.

일본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오랫동안 활동해 온 변호사인데, 1심 판결을 뒤집고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홍민기 기자입니다.

[기자]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는 일본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30년 넘게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변해왔습니다.

지난 1992년에는 위안부 피해자 등 우리 국민 10명을 대리해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른바 '관부재판'을 맡았습니다.

'관부재판'은 일본 시모노세키와 한국 부산을 오가며 열린 재판을 뜻하는 말로, 1심에선 일본 사법부가 일본 정부의 위안부 동원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일본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입장도 밝혀 왔습니다.

[야마모토 세이타 / 변호사(지난 2019년 YTN 인터뷰) :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인해 외교 보호권이 없어진 것이지,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것을 일본 정부도 일본재판소도 몇 번이나 밝힌 적이 있습니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이번엔, 우리 법원에서 열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재판 증언대에 직접 오릅니다.

지난 2016년, 이용수·김복동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2심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겁니다.

앞서 재작년 1심은 주권 국가를 다른 나라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국제법상 규칙인 '국가면제'를 받아들여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이용수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지난 2021년 1심 판결 직후) : 너무너무 황당합니다. 너무 황당해요.]

이후 2심 재판부는 국가면제 규칙에 대한 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들어 보겠다고 밝혔고,

이에 피해자 측은 야마모토 변호사를 상대로 질문해 국제사회의 반인권적 행위에는 이런 규칙이 적용될 수 없다는 답변들을 끌어내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용수 할머니는 재판 하루 전 다시 한 번 일본의 책임 인정을 촉구했습니다.

[이용수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일본은 말로 해서는 안 됩니다. 엄격히 ICJ(국제사법재판소), 법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과 달리, 다른 소송에선 1심 재판부가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사례도 있습니다.

피해자 측은 국가면제 분야 전문가인 영국인 교수도 화상으로 증인 신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1심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영상편집:마영후

그래픽:지경윤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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