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삼촌 체 게바라와 전봉준의 우정 다루고 싶어요”

박임근 2023. 5. 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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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 체 게바라의 조카 마틴 게바라 두아르테
체 게바라의 친조카 마틴 게바라 두아르테가 10일 행사장 앞에 서 있다. 박임근 기자

전북 정읍시는 9~11일 덕천면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교육관 일대에서 제2회 동학농민혁명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를 열고 있다. 올해 주제는 ‘근대혁명도시들의 기억과 연대: 혁명과 사람’으로 10일은 국제포럼 행사가 열렸다. 체 게바라의 친조카 마틴 게바라 두아르테(60)씨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제1회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 때 발제자로 나선 데 이어, 올해도 ‘남미의 농민혁명과 알타그라시아의 체 게바라’를 발표했다.

동학농민혁명 발원지 정읍서 열린
2회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 참가
‘남미 농민혁명과 체 게바라’ 발표
“삼촌은 언행일치의 행동가라 존경”

전봉준 장군 동상서 혁명정신 느껴
“외세에 죽창으로 맞선 용감함 훌륭”
체 게바라-전봉준 다룬 소설 구상
“대륙 초월한 자유 갈구 드러내고파”

“지난해에는 삼촌인 체 게바라가 자랐던 아르헨티나 알타그라시아 도시와 관련한 혁명 역사를 주로 다뤘다면, 올해는 게바라의 철학 및 혁명을 일으키기까지의 동지와의 관계 등을 발표한 것입니다.”

이날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교육관에서 그를 만나 지난해와 올해의 차이를 질문하자 두아르테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첫번째인 지난해에는 단순히 학술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설명하기 위해 방문했다면, 이번에는 알타그라시아와 독일 뮐하우젠, 아일랜드 더블린·코크, 중국 난징, 한국 정읍 등 6개 도시가 서로 연대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나라와 도시는 다르지만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슷한 정신을 공유하는 이런 만남이 의미가 굉장히 큽니다.”

10일 오전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황토현전적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맨왼쪽이 마틴 게바라 두아르테씨다. 정읍시 제공

공기가 맑고 조용한 곳인 알타그라시아는 게바라가 젊은 시절 천식에 걸리자 이사를 와서 살았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도시다. 남미의 전설적 혁명가 게바라는 젊은 시절 남미 횡단 여행을 통해 남미 민중들의 억압과 착취를 이해하고 혁명의 길로 투신했다.

두아르테는 이날 발표에서 게바라가 어린 시절부터 동지와의 우정·의리가 깊었고, 그것이 삶의 철학을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 시·소설·역사·철학 책을 읽는 것을 즐겼고, 독서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지식의 세계로 안내했다고 말했다.

삼촌에게서 닮고 싶은 점을 묻자 두아르테씨는 “삼촌을 존경하는 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직접 실천하는, 언행일치의 행동가였기 때문이다. 서당 훈장 출신의 전봉준 장군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과 함께 했다. 그 당시에는 외세가 농민들을 착취하는 데 농민들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싸움밖에 없었다. 외세는 위력에서 우위에 있는 총이 있었지만, 농민들은 열세한 죽창으로 대결하는 용감함이 매우 훌륭하다”고 답했다.

그는 “전봉준 장군 동상 앞에서도 내 몸 안에 흐르는 게바라의 혁명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혁명정신에서 서로 같다고 본다. 이는 육체적인 피가 아니라 정신적인 피를 뜻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달되는 느낌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의 투쟁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 현재 더 나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싸움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0일 오후 전북 정읍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교육관에서 마틴 게바라 두아르테씨가 발표를 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지난해에 이어 한국을 두번째 방문한 그는 “개인적으로 혁명과 인권 등에 관련한 강연 초청을 다른 나라에서 받은 적은 있지만, 정읍처럼 여러 국가의 도시가 연대하는 자리는 처음이다. 정읍은 고층건물이 많지 않고 사람들이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특히 이번 포럼과 전 장군 동상이 있는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등 기념사업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미 역사 등에 관심이 많은 두아르테는 체 게바라의 다섯 형제 중 막내인 후안 마틴의 장남으로,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의 주변 도시에 살면서 게바라를 연구하고, 소설과 비소설을 쓰는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게바라와 전봉준의 우정을 다루는 소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서 대륙·나라·지역에 상관없이 자유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드러내고 싶습니다. 판타지처럼 서로 간에 특별한 만남을 통해 역사적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쓰려고 합니다. 제 소설이 한국어로 번역돼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포럼에서는 ‘1894년 황토현 전투의 재구성’, ‘전봉준의 혁명적 생애와 그의 나라’, ‘독일농민전쟁의 뮐하우젠과 토마스 뮌처’, ‘아일랜드 독립투쟁의 지도자 마이클 콜린스’, ‘중국 태평천국운동의 난징과 홍수전’ 등의 발표가 있었다.

10일 전북 정읍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교육관에서 마틴 게바라 두아르테씨가 발표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참석자들은 이날 채택한 공동선언문에서 “농민들이 직접 나서 정의를 지키고 민중들의 생존을 위해 싸운 혁명은 단지 정읍과 한국의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나라들이 각기 자기 자리에서 억압과 맞서 싸웠다. 우리는 각자의 나라와 도시에서 일어난 투쟁과 혁명의 정신을 잊지 않으며, 보다 더 정의롭고 평등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할 것이다. 연대를 위해 △혁명운동 기념사업을 위한 교류와 협력사업 △상호 자매도시로 발전 위해 노력 △각 도시의 순회 주최 등을 수행한다”고 다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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