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학점…'코로나 학번' 채용 골머리 앓는 기업

이혜인 2023. 5. 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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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인플레' 후폭풍
'20학번' 연말부터 취업나서는데
학생 절반 이상 'A'…변별력 실종
기업 "채용에 반영 어렵다" 난색
로스쿨 입시는 1점차가 당락 좌우
특수 못누린 학생과 공정성 논란

학점 ‘특혜’를 누린 ‘코로나 학번’들의 졸업이 다가오면서 대학원과 취업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10명 중 6명이 A학점을 받을 정도로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해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변별력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점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로스쿨 등에서는 병역 등으로 학점 특혜를 누리지 못한 학생과의 공정성 논란까지 벌어질 조짐이다.

 ○코로나발 학점 인플레에 절반이 A학점

10일 한국경제신문이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 4년치를 분석한 결과, 서울 주요 11개 대학(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의 A학점 비중은 지난해 51.3%에 달했다. 코로나 학번이 입학한 2020년(61.5%)에 비해 10.2%포인트 낮아졌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43.8%)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앙대는 2020년 A학점 비중이 72.5%로 11개 주요 대학 중 가장 높았으며 이어 연세대(69.1%) 이화여대(67.7%) 서울대(66.3%) 한국외대(64.2%) 순이었다.

팬데믹 시기 학점 인플레이션은 많은 학교에서 절대평가 방식을 권고하면서 촉발됐다. 비대면 시험으로 인해 관리·감독이 소홀해지면서 학생들이 함께 모여 문제를 풀거나 답안을 공유하는 등 부정행위 사례도 급증했다. 인하대 의대와 서강대 등에서 온라인 시험 집단 부정행위가 잇달아 논란이 됐다.

주요 수도권 대학에서 학점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자 지방대도 덩달아 후한 학점을 부여하면서 코로나 학번들의 학점은 유례없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 충남권 대학 관계자는 “지방대는 상위권 대학 학생보다 학점이 낮으면 취업할 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주요 대학의 학점 변화를 예민하게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 학점은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고 상대평가제로 복원한 지난해부터 다시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되돌림 현상이 가장 심한 과목은 교직 수업이다. 2020년 84.3%에 달한 A학점 비중은 지난해에는 70.7%로 떨어졌다. 교양수업과 전공수업의 A학점 비중도 각각 61.9%에서 51.9%로, 61.0%에서 50.5%로 감소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 벌써부터 ‘골머리’

올해 말부터 코로나 학번이 대학원 입시와 취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쏟아진다. 지난 3년간 다른 학번에 비해 비교적 쉽게 좋은 학점을 딴 학생이 많아 학점에 변별력을 두기가 여의치 않다는 게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고민이다. 이미 채용을 시작한 일선 현장에서는 학점 인플레이션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신입사원 서류 전형을 마친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학교를 졸업한 지원자들의 학점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높아 놀랐다”며 “학점이 성실도의 지표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객관적인 요소로서 인사 채용에 반영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성’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기간 병역 등으로 휴학한 학생들은 동기들에 비해 학점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권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씨(23)는 “이번 학기에 복학하고 보니 성적이 비슷하던 동기와 후배들의 성적이 월등히 올라가 있었다”며 “성적 차이가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에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이 크다”고 했다.

로스쿨 입시에서도 학번 간 격차가 논란이다. 로스쿨은 백분율로 환산한 학점 1점 차이로 지원 대학이 갈릴 정도로 학점의 영향력이 크다. 강진섭 강남메가로스쿨 원장은 “로스쿨은 학점 반영 비율이 대학원 중에서도 아주 높은 편”이라며 “학점이 변별력을 잃어 법학적성시험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학점보다는 다차 심층 면접, 장기간 인턴 전형 등 실무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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