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경상수지 흑자반등 성공?… 웃을 수가 없는 이유

김은정 기자 2023. 5. 1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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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45억불…11년 만에 적자
기업 배당금 빼면 적자 100억불 넘어
“‘상저하고’ 아닌 ‘상저하저’ 우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경상수지는 2억7000만 달러(약 3582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상품수지는 6개월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배당소득이 큰 폭의 흑자를 낸 덕분이다. 사진은 이날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중인 모습./연합뉴스

올해 1분기(1~3월) 경상수지가 결국 적자를 기록했다. 분기 적자는 남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크게 위축됐던 2012년 1분기(-12억9000만달러) 이후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에도 반도체 등 수출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월별로 보면 3월 경상수지는 1·2월 적자 이후 가까스로 반등했지만, 수출 상황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해외법인에서 보내온 배당금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수출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이런 반짝 효과마저 사라지면 경상수지는 앞으로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외서 보내온 배당금 없었더라면…

한국은행은 3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억7000만달러(약 3582억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1월 사상 최대 적자(-42억1000만달러)를 낸 데 이어 2월에도 적자(-5억2000만달러)를 내는 등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뒤 3개월 만에 가까스로 턱걸이 흑자를 본 것이다.

그러나 3월 흑자 폭은 1년 전(67억7000만달러)보다 65억달러나 적고, 1분기 전체로 보면 경상수지가 44억6000만달러 적자였다. 작년 1분기(148억8000만달러 흑자)와 비교해 경상수지가 193억4000만달러나 줄어든 것이다. 1분기 적자 규모는 2006년(-49억5000만달러) 이후 17년 만에 가장 컸다.

경상수지는 상품 수출입(상품수지)은 물론이고 서비스 수출입(서비스수지), 그리고 자본과 노동을 거래해서 벌어들인 돈(본원소득수지) 등을 모두 합산해 구한다. 한 나라 경제 전반을 보여주는 ‘종합 성적표’로 불리는 이유다. 이 수치는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 신용 등급 등을 결정하는 핵심 자료가 된다.

3월에도 반도체와 가전제품 등 주력 품목 수출이 작년보다 30~40%가량 줄어든 탓에 상품수지는 11억3000만달러 적자였다. 상품 적자는 벌써 6개월째다. 서비스 수지도 19억달러 적자였다. 3월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이 80만1000명이었는데, 출국자는 147만2000명으로 훨씬 많았다. 코로나가 풀리면서 해외여행객이 급증한 것이다.

유일한 희망은 배당이었다. 삼성전자 베트남공장 같은 해외 법인들이 본사로 송금한 배당금 등을 합친 배당소득이 3월 31억5000만달러 흑자였다. 1분기 전체로 보면 113억3000만달러 흑자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사상 최대다. 배당흑자가 지난해 평균 수준(월 12억달러)에 머물렀다고 가정하면 1분기 경상수지는 누적 122억달러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외환위기 한가운데인 1997년 1분기(77억달러 적자)보다도 적자가 큰 것이다.

해외법인 배당이 늘어난 것은 정부가 법인세 제도를 고친 덕이 크다. 올해부터는 기업이 해외에서 거둔 소득에 대해 현지에서 세금을 냈다면 국내에서 과세하지 않는다. 종전에는 현지에서 낸 세금만큼만 빼주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세금을 내야 했는데 이를 바꾼 것이다.

◇낮아지는 눈높이, ‘상저하저’ 우려 커져

문제는 앞으로다. 4월은 전통적으로 ‘상습’ 경상수지 적자의 달이다. 국내 기업들의 외국인 배당금 지급이 몰려 있어, 밖으로 나가는 돈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4월 외국인 배당지급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으로부터의 배당수입, 상품과 서비스수지 최근 개선 흐름으로 볼 때 4월 경상수지는 균형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월 한은은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가 44억달러 적자를 보더라도 하반기에 304억달러 큰 폭의 흑자를 내 연간으로는 260억달러 흑자를 전망했다. 이른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이다. 그러나 1분기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이미 한은이 예상한 상반기 적자 규모를 넘어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160억달러, 금융연구원은 183억달러로 한은보다 훨씬 낮춰 잡았다. 한은도 조만간 눈높이를 낮춰 다시 예상치를 내놓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생각보다 수출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고 하반기에도 뚜렷한 회복 신호가 없어 ‘상저하저(上低下低)’ 흐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경상수지

상품 수출입(상품 수지)과 서비스 수출입(서비스 수지), 자본과 노동을 거래해서 벌어들인 돈(본원 소득 수지) 등을 합산해 구한다. 한 나라 경제 전반을 보여주는 ‘종합 성적표’로 불리며,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 신용 등급 등을 결정하는 핵심 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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