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처우 개선 첫 국회 토론회..."우리는 감정 노동자"
기사내용 요약
전국 공공 도서관 사서 150여 명 참석
40년 째 동결 2~3만 원 수당 조정 요구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도서관에는 사서 노동자가 있다."
사서직 공무원 노동자가 국회에서 열린 첫 토론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전국의 공공 도서관 사서 150여 명이 모였다.
지난달 12일 '도서관의 날'은 첫 법정 기념일을 맞았지만 사서들은 "도서관의 날을 맞아 자부심보다 업무 폭탄을 맞았다"고 말한다. 흔히 사서는 도서관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정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현실은 대면 서비스를 하는 감정노동자이자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육체노동자에 가깝다.
이날 사서 처우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윤자호 일하는시민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진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사서들이 처한 근무환경에 대해 "도서관의 역할은 커지는 동안 사서의 처우와 노동 조건은 비가시화 돼왔다"고 밝혔다.
"'도서관'이란 국민에게 필요한 도서관자료를 수집·정리·보존·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교양습득·학습활동·조사연구·평생학습·독서문화진흥 등에 기여하는 시설을 말한다."
현재 도서관법에서는 '도서관'을 이같이 정의한다. 도서관의 정의만 봐도 사서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서의 업무와 역할을 크게 확대시킨 건 코로나19 바이러스다. 코로나19로 인해 더 넓은 정보매체별 수집이 도서관에 요구되며 메타데이터 작성을 비롯해 디지털 정보 제공과 온라인 프로그램 운영 등이 사서의 몫이 됐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신규 서비스 중 60%는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사서 업무 영역은 점점 확대되고 그 변화가 비가역적이라는 것이 문제"라며 "업무는 늘어나는 한편 노동자 인력은 보충되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서들이 제도적 개선 이전에 요구하는 것은 인식 변화다.
30년째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고 있는 우현실 국가공무원노조 국립중앙도서관지회장은 "실제로 사서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편하겠다', '책 많이 읽겠다'"며 "어느 도서관에 가서도 사서가 대출·반납만 하는 경우는 없다. 도서관은 문화 기반 시설 중 가장 많은 이용자가 방문하는 시설이고 이용자 연령도 다양한 일터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문화 기반 시설 중 가장 많은 이용자가 방문한 시설은 공공도서관이 압도적으로 높다. 1개 관 당 연간 방문자 수는 11만명으로 박물관(4만명)과 미술관(3만명)의 2배 이상에 달한다.
"노동 현장에서의 사서는 육체노동자이기도 하고 강좌와 행사를 맡은 기획자이기도 하고 도서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지식정보 검색자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이용자를 상대하며 민원을 감당하는 감정 노동자예요."
1982년 직무 수당이 도입된 이후 40년 째 동결된 '사서수당'은 노동자에 대한 무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사서직 공무원에 대한 수당은 5급 이상 3만원, 6급 이하 2만원으로 그간 유지돼 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종상 부산광역시립서동도서관 사서는 "2만 원짜리 싸구려 전문직 취급을 받았던 회한이 있다"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많지만 사서 수당이라도 많이 주면 좋겠다. 많이 주고 소급해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타 특수업무수당의 경우 5~8만원의 수당이 기본이며 유사한 업무를 하는 국회도서관 사서의 경우 수당이 13만 원에 달한다.
문체부 공무원 노조는 지난해 인사혁신처에 수당조정 요구안을 통해 5급 이상 5만원, 6급 이하 3만 원으로 수당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서들 사이에서는 "7만 원은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여한 김혜련 문체부 도서관정책기획단 사무관은 "사서 수당은 기본적인 물가 인상률이나 타 직무와의 형평성조차 반영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사혁신처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문체부도 협의에 있어서 할 수 있는 증원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토론회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전국시군구공무원노조연맹,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의 주최로 이뤄졌다. 오는 6월에는 비공무원 사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토론회도 예정돼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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