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바이오 혁신의 핵심은 '융합'···의학·AI·예술까지 넘나들어야"

고광본 선임기자 2023. 5. 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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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강연자 인터뷰- 수브라 수레시 HP 이사회 의장
과기·인문학 벽 허물어 교류하고
기초·응용연구 산학정 협력 확대
융합적 사고·R&D 환경 조성 절실
ICT 발전에 디지털헬스 급속 성장
원격의료 등 규제 문턱 더 낮춰야
수브라 수레시 휴렛팩커드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대학의 융합 교육, R&D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고광본 선임기자
[서울경제]

“한국에서 첨단바이오 시장의 꽃을 피우려면 의학·인공지능(AI)·생화학·빅데이터·블록체인·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총재 출신인 수브라 수레시 휴렛팩커드(HP) 이사회 의장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NSF는 서로 다른 분야 간 융합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싱가포르 난양공대 총장을 지낸 수레시 의장은 스위스에 본부가 있는 융합 교육 혁신 플랫폼인 글로벌러닝카운슬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학·생물학 재료를 질병 치료 등에 연결하기 위한 글로벌 공동 연구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그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예술·사회과학 분야 학생들이 상호 지식을 터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분야를 넘나들다 보면 자연스레 공학·컴퓨팅·물리학과 생물학·의학 분야에서도 교육과 연구 활동 교류가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 다른 분야로 파급돼 학문 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융합적 사고로 이어져 첨단바이오 산업을 이끄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레시 의장은 “한국에서도 한국연구재단을 비롯해 각 부처와 기관에서 융합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과학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NSF에 있을 때 아이코어(Innovation Corps)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과학자 창업 지원 등) 과학 혁신 생태계 구축을 장려했다”며 “미국에서는 학술 기관뿐 아니라 많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영리·자선단체에서 혁신을 장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 역시 교수와 학생들에게 생물학과 컴퓨팅 등 학문의 교차점에서 기초·원천과 응용 연구의 협력을 확대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수레시 의장이 꼽은 대표적인 사례가 난양공대다. 당초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을 벤치마킹한 난양공대는 지난해 영국의 세계 대학 평가 기관인 QS가 발표한 ‘세계 대학 평가 전공별 순위’에서 4위를 기록했다. 이 대학이 세계적 공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융합연구다. 그는 “난양공대는 공대·의대와 인문학·기초과학 간 공동 연구와 기업과의 연구개발(R&D) 클러스터링 구축에 신경을 쓴다”며 “인문학·기초과학 등의 분야를 가로지르는 공동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게 난양공대의 힘”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인재를 유치해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매우 경쟁적인 환경을 조성해 최대한의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도 이 대학의 특징이다. 특히 공대임에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도움을 받아 리콩친의대를 설립하는 등 연구 중심 의대로서 역량을 강화하며 KAIST 등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수레시 의장은 챗GPT 등 AI의 급속한 발전이 첨단바이오 성장에 가속도를 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 빅데이터, AI가 진단·치료, 공중보건 등 바이오헬스 전반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는 “의학에 공학 등이 본격적으로 융합하면 대면 의료는 물론 온라인 의료(원격의료) 서비스도 빠르게 발전시킬 것”이라며 “재료와 약물, 혁신 기기와 장비 개발, 친환경 식품 설계까지 다양한 시너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AI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잘 처리해 의료 분야에 활용하되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최소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수레시 의장은 한국이 AI·디지털 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의 변화 물결을 수용하고 있어 교육·R&D·혁신 측면에서 글로벌 리더그룹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는 늦게 출발했지만 글로벌 디지털 회사들을 갖고 있고 과학기술과 인재의 수준도 높아 리더그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이 첨단바이오 시대를 열려면 미국·중국 등에 비해 원격의료나 혁신 의료 기기·장비 등 규제의 문턱을 좀 더 낮추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레시 의장은 “한국이 첨단바이오 분야에 적극 투자해 바이오헬스 분야의 선도자로 거듭나야 한다”며 “바이오헬스와 정보기술(IT) 등의 융합을 가속화하면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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