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재판서 '백 경사 피살사건'이 언급된 이유

첫 항소심서도 서로 "안 쐈다" 주장…1심서는 이승만이 쏜 것으로 보고 무기징역 선고
이승만, 미제사건인 '백 경사 피살사건' 제보…이정학 흉악성 강조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

이승만(왼쪽)과 이정학. 김정남·고형석 기자

사건 발생 21년 만에 붙잡힌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범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전북지역의 장기 미제사건인 '백 경사 피살사건'이 언급됐다.

10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송석봉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승만 측 변호인은 "원심에서는 이승만이 피해자를 권총으로 쏴 살해한 것으로 봤지만 이승만은 총을 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오인의 위법이 있고, 이런 원심 판단은 이승만의 형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항소심에서 추가로 신청할 증거와 관련해 '백 경사 피살사건의 수사 자료를 확보해 제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백 경사 피살사건'은 지난 2002년 9월 20일 자정쯤 전주시 금암동의 한 파출소에서 홀로 근무하던 백 경사가 신원 불상자에게 흉기로 수 차례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범인은 백 경사가 소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과 실탄 4발, 공포탄 1발을 가져갔다.

지난 2002년 '백 경사 피살사건'이 벌어진 파출소 모습. 연합뉴스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최근 이승만의 제보로 사건과 관련된 권총이 발견됐고 현재 이정학이 백 경사를 살해하고 총기를 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승만이 공범인 이정학의 흉악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보했다는 데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다만 수사 자료 제출은 실제로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승만 측 변호인도 "경찰청에 자료 제출에 대한 의사를 확인해봤지만 수사의 밀행성이라든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기소 전에는 사실상 자료 제출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신 이정학을 다시 한 번 증인으로서 신청하고 싶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 절차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승만은 항소 이유에 대해 자신이 총을 쏘지 않았다는 주장을 재차 했고, 공범인 이정학은 "더 이상 이 형에서 선처를 받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진실을 밝히고 싶다. 이승만이 저에게 쐈다고 하는데 그게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항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강도살인의 공범인 이정학에 대해 1심에서 강도살인의 법정형을 벗어난 유기징역형이 선고됐다며 재판부가 직권으로 살펴보겠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강도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밖에 없는데, 원심에서 이정학에 대해서는 법정형에도 없는 유기징역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2001년 12월 대전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은행 출납과장을 권총으로 숨지게 하고 현금 3억 원을 훔쳐 달아났다 21년 만인 지난해 8월 붙잡혔으며, 1심에서 이승만에게 무기징역이, 이정학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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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CBS 김정남 기자 jn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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