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할증’ 무서워 24시간 햄버거집에서 첫차 기다리는 대학생들

이학준 기자 2023. 5. 10. 18: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0일 오전 3시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인근 롯데리아 2층에는 한 여성이 자신의 모자가 벗겨진 것도 모른 채 잠들어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또다른 김모(24)씨는 "술을 마시다 막차를 놓쳐서 첫차를 기다리고 있다"며 "술을 자주 마시는 곳과 집이 멀다 보니 심야버스를 타기 애매한 시간이면 그냥 밥을 먹으러 간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월부터 택시 심야 기본요금 26% 인상
집 아닌 24시간 영업점에서 밤새우는 대학생들
”만원 넘는 택시비 내느니 햄버거집에서 첫차 기다려”
10일 오전 3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햄버거집./조연우 기자

10일 오전 3시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인근 롯데리아 2층에는 한 여성이 자신의 모자가 벗겨진 것도 모른 채 잠들어 있었다. 그는 메뉴를 주문하지도 않은 채 4인석 자리를 차지했다. 첫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오후 10시부터 적용되는 택시 심야 기본요금이 6700원으로 오르면서 막차를 놓친 대학생들이 집보다 24시간 카페나 햄버거집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심야 시간 택시잡기가 어려워지자 고육지책으로 요금 인상이 단행됐지만 택시기사는 물론 소비자, 패스트푸드점 직원 모두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시 택시 요금은 지난 2월부터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심야할증은 5300원에서 6700원 각각 26% 올랐다. 밤 12시부터 적용되던 심야할증은 오후 10시로 2시간 앞당겨져 총 6시간 동안 야간 할증이 붙는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법인택시 운행현황에 따르면, 택시요금이 인상된 지난 2월 1일부터 1개월 동안 전국 법인택시 실차거리는 평균 159㎞로 요금 인상 전 평균 실차거리인 196㎞보다 18.8% 줄었다. 실차거리는 택시가 승객을 태워 이동한 거리를 의미한다. 요금인상 후 승객이 줄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오전 2시에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1번 출구 앞에는 택시가 줄이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차 문을 여는 사람들은 없었다. 대학교 세 곳이 모여있는 신촌은 학기 중인 이 무렵 술을 마시거나 공부를 하다 막차가 끊겨 택시를 타려는 학생들이 꾸준히 있어 택시기사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택시기사 송성범(64)씨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강남역에서도 오후 10시만 넘어가면 콜이 뚝 끊긴다”며 “돈이 안되니까 기사 수도 줄어들고 일감도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3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앞에서 택시가 서 있지만 승차를 원하는 손님은 보이지 않는다./조연우 기자

대학생들은 인근 24시간 카페·햄버거집 등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한 햄버거집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4)씨는 “휴학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용돈을 받는 입장에서 만원이 훌쩍 넘는 택시비보다 저렴한 햄버거를 먹고 시간을 때우는 게 낫다”고 했다. 인근에서 만난 또다른 김모(24)씨는 “술을 마시다 막차를 놓쳐서 첫차를 기다리고 있다”며 “술을 자주 마시는 곳과 집이 멀다 보니 심야버스를 타기 애매한 시간이면 그냥 밥을 먹으러 간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24시간 영업을 하는 한 햄버거집 직원은 “막차를 놓쳐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 하루에 10명은 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야간 시간대의 대학가 인근 24시간 패스트푸드점에서 술을 마시고 잠에 드는 손님이 많다 보니 새벽 시간대에 손님을 내보내고 잠깐 쉬는 브레이크타임이 1시간 생기기도 했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