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평화협상 불가능하다"는 유엔 총장, 이유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이 현 단계에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측은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3가지 조건만 실현되면 우크라이나의 평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AFPBBNews=뉴스1

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양측의 평화회담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면적인 휴전과 평화협상이 당장 이뤄질 어떤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으면 전쟁은 끝나지 않고 평화협상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류를 하나로 통합하는 보편적 가치와 원칙, 사상 등이 유엔 창설 이래 그 어느 때보다 큰 위협을 받고, 세계 경제의 혼란도 가중하고 있다"며 중국과 브라질의 중재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중국과 브라질이 제안한 평화 계획이 '실패할 운명'이냐는 질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가 적대행위를 계속할 거란 결의를 보여 중재안이 작동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고 답했다.

/사진=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트위터

구테흐스 총장의 '평화회담 불가능' 발언에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평화가 현재 불가능하다는 유엔 총장의 발언은 다소 놀랍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철수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지위 박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반환 등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의 평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신은 구테흐스 총장의 이날 발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각자의 전승절 행사에서 자국의 승리를 강조한 상황에서 나왔다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9일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해 처음으로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 돈바스 국민을 지키고, 우리의 안보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조국에 대한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다"며 국민의 단결과 승리를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러시아처럼 매년 5월 9일을 전승절로 기념해 왔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전승절을 8일로 하루 앞당기고, 9일은 유럽연합(EU)과 함께 유럽의 날을 기념하기로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영상 성명을 통해 "현대 러시아가 되살리고 있는 모든 오래된 악(惡)은 나치즘이 패배한 것처럼 패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자신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