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스코어 "카카오VX가 데이터 해킹"

"개발 툴서 자사 자료 추가 발견"
카카오VX, 기술 탈취 의혹 부인
"해당 직원 업무배제···상황 따져야"
"피해 기업이 책임 입증 불합리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의견도

[서울경제]

카카오(035720)의 손자회사이자 골프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VX가 경쟁업체인 스마트스코어의 기술을 탈취하기 위해 조직적 해킹을 했다는 근거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에 대해 카카오VX는 해당 직원의 무단 접속 정황을 파악하고 인사 배제 조치를 한 상황에서 추가로 제기된 스마트스코어의 주장에 대해서는 더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스코어는 내부적으로 설정해놨던 고유 데이터들을 카카오VX가 보관하고 있다면서 조직적·지속적 해킹과 모방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스마트스코어는 회사 내부망 접속 아이피(IP)를 조사해 카카오VX의 무단 접속 근거로 제시했었다.

스마트스코어는 2021년 내부 테스트를 위해 가상의 골프장 '트러스트CC'를 설정하고 3개월 후 관리자 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스마트스코어가 2월 제기한 부정경쟁행위 등 금지청구 소송 및 가처분 신청에 대해 카카오VX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는 트러스트CC에 대한 단체팀 기록이 포함돼 있었다.

스마트스코어 관계자는 “카카오VX가 2021년 당사 시스템을 조직적으로 해킹하고 캡처해 내부 개발 툴에 업로드해 보관하고 있던 것"이라며 “프로젝트에 관련된 모든 인원이 접속해 업무를 진행하는 내부 개발 툴로써 현재까지 관리되고 있는데 일부 직원만 무단 접속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카카오VX 테스트 데이터에 기재된 이름이 모두 스마트스코어의 내부 직원명이고 단체명 ‘스스대박’ 등도 모두 스마트스코어를 의미하는 단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카카오VX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해킹은 없었고 스마트스코어에서 이직한 직원의 무단 접속 정황이 있어 인사 배제 조치하고 공식 사과했다"면서 “진행 중인 관계 기관의 수사나 조사가 끝나면 정확한 전후 과정들이 밝혀지고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VX가 법원에 제출한 자사 시스템 캡처 화면. 파란색 원 안에 스마트스코어를 의미하는 ‘스스짱’ ‘스스대박’이 기재되어 있다. 사진 제공=스마트스코어

스마트스코어는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최한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증언대회에서 카카오VX를 수원지방검찰청에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고 밝혔다. 박노성 스마트스코어 부대표는 "당사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한 IP 목록들을 확보해 카카오VX IP와 일치함을 확인했다”며 “2021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2년 간 총 801회에 걸쳐 무단으로 침입을 시도했고 577회 침입했다”고 밝혔다. 스마트스코어는 앞서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 카카오VX를 상대로 민사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행정 조사를 검토 중이다. 정재훈 중기벤처부 기술보호과장은 “카카오 계열사가 벤처·스타트업과 기술 탈취·도용과 관련해 분쟁 중인 사안에 대해 행정조사 신청이 들어왔다"면서 "조사를 거쳐 기술 침해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 탈취·도용 논란이 최근 들어 부쩍 늘면서 피해 기업이 책임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특허청은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기술 침해 분쟁이 발생하면 분쟁 당사자 양측이 확보한 증거를 함께 공개하는 제도로, 분쟁 당사자 간 증거를 공개해 소송 이전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목적이다.

강도림 기자 dorimi@sedaily.com박정현 기자 kate@sedaily.com